‘짝퉁 비트코인’ 사기 주의보

시세 자체가 아무 의미 없다

[일요신문] 미래 결제수단으로 떠오른 ‘비트코인’ 논란이 전세계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비트코인이란 지난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그 배경에는 각국의 중앙은행만이 화폐 발행의 독점권을 통해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비트코인을 소유하기 위해선, 앞서의 개발자가 고안한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쪽 업계에선 이를 광산업에 비유해 ‘캔다(mining)’라고 표현한다. 단, 개발자는 비트코인 발행의 전체 한계량을 미리 설정해뒀다. 이를 통해 ‘코인’의 기하급수적인 가치 하락을 예비했다. 물론 비트코인은 개인과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며, 최근엔 이를 통해 아마존 등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선 결제까지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비트코인의 사업성에 기대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기 행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코인’ 등 갖가지 이름으로 등장한 ‘짝퉁 코인’들이다. 태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4월 태국 경찰은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해 전 세계의 투자자를 끌어 모은 일당을 긴급체포했다. 이른바 ‘유토큰’으로 불리는 가상화폐로 압류 금액은 100억 바트(약 3000억 원)에 달했다. 유토큰은 본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중국, 미얀마 등에 까지 손을 뻗쳐 피해자를 양산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월, 울산지방법원은 앞서의 ‘유토큰’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은 일당들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조직은 서울, 부산, 울산 등 전국을 누비며 피라미드 점조직을 통해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한 피해자는 지난 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연말께, 부천에서 지인의 소개로 ‘가상화폐’에 대한 설명회를 듣고 투자하게 됐다”며 “당시 일당들은 비트코인의 성공을 예로 들며, 1000% 이상의 수익률을 자랑했다. 직접 설명회에서 띄운 홈페이지 안에는 가상화폐의 시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됐으며, 특정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계좌당 50만 원씩, 3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투자를 알선한 일당들이 처음엔 수익금에 대한 현금 교환을 미루더니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어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서울 강남에서 처음 투자 설명회를 들었는데, 연사로 나선 센터장이 국제화를 내세우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면서 “해당 센터장은 ‘이미 우리 코인은 해외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다’며 현재의 가치를 강조했지만, 실제 현금화에는 갖가지 제한을 들먹이며 막더라. 지금도 고소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투자한 금액이 적잖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단계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지금 한국에서 갖가지 이름의 짝퉁 코인들이 등장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기존의 폰지 사기(피라미드 사기) 조직들과 교묘하게 엮이면서,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러한 짝퉁 코인 일당들은 실시간 시세가 올라오는 홈페이지를 별도로 제작해 사람들을 홀린다. 시세는 오르지만 현금화는 당연히 어렵다. 비트코인의 경우 화폐 발행의 한계량이 명확하지만, 이러한 짝퉁 코인은 그야말로 무한대로 찍어내서 팔면 그만이다. 시세 자체가 의미가 없는 셈이며 사기의 수단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한병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