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했다. 출처=MBN 뉴스캡처
[일요신문] 국회법 개정안이 15일 문구 하나가 수정된 상태로 정부로 이송됐다. 여야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을 결국 받아들인 것인데, 청와대에서는 여전히 “위헌이다”라며 거부권을 시사해 상황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15일 오후 정의화 의장은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법 개정안 수정을 중재했다. 정 의장의 중재안은 논란의 쟁점이던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등 정부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면서도, 몇 가지 문구를 고친 것이 핵심이다.
중재안에 따르면 개정 국회법 중 행정입법 수정권 관련 조항(98조2의3항, ‘국회가 중앙행정기관에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의 ‘요구’라는 단어를 ‘요청’으로 수정했다. 또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검토하여 처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로 바꿨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요청’ 부분을 수용하고, 결과 보고와 관련한 중재안은 거부했다. 이에 최종 중재안은 ‘요구’에서 ‘요청’으로 문구가 바뀐 채 정부로 이송됐다.
국회법 개정안은 이로써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지 17일 만에 넘어갔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일 ‘정부로서는 결과적으로 국정을 마비시키고 정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개정 국회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고, 이것이 청와대의 명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이 강제성을 띄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글자 한 글자 고친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노골적인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국회법 개정안을 법률로 공포할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지 결정할 수 있다.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을 청와대가 거부할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재역을 자임했던 정 의장은 여야 원내내표에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전화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