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와 위탁업체 공방 “용인시가 잘못했다” VS “위탁업체가 태업한 것”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용인시재활용센터. 600톤의 재활용 쓰레기가 속수무책으로 방치돼 있다. 사진 =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일요신문] 용인시에 수백 톤의 재활용 쓰레기가 속수무책으로 쌓이는 등 난데없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용인시에 따르면 ‘용인시 재활용센터’(재활용센터)에 약 600톤 분량의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쓰레기는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은 채 재활용센터 입구부터 내부 선별장까지 마치 산처럼 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에 위치한 재활용센터는 지난 2007년 용인시가 생활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설립했다. 부지는 15,569㎡(4700여평)으로 내부 선별장에 각종 재활용 시설이 마련돼 있다. 용인시의 모든 재활용 쓰레기가 이곳에 모이며 하루에 들어오는 쓰레기양은 보통 30톤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시는 이곳을 민간업체인 A 사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센터에 막대한 쓰레기가 쌓이게 된 계기는 A 사와 용인시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A 사는 “재활용센터를 운영할만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 시에 여러 구제 방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태가 이렇게까지 왔다”라고 전했다.
핵심은 ‘인건비’이다. A 사는 2014년 2월 용인시와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위탁 운영이기에 용인시는 A 사에게 인건비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재활용센터 운영 적정 인원을 ‘12명’으로 산출해 인건비를 지원했다.
문제는 12명이라는 인력 산출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특히 A 사보다 앞서 위탁 계약을 했던 B 사(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계약)의 경우 인건비 지원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에 A 사는 불만을 제기했다. A 사 관계자는 “B 사의 경우 시에서 36~7명을 산출해 인건비를 지원했다. 거기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이 확 줄은 셈이다. 계약 당시 그러한 문제를 제기해 계약 조건에서 재활용 분류 시설 개선 등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마저도 시에서 잘 지키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인력 문제로 재활용센터 운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쓰레기 소각을 맡은 ‘용인환경센터’에서 지난 4월부터 쓰레기 반입을 금지시킨 것이다. 통상 재활용센터에서 처분된 쓰레기들은 용인환경센터로 옮겨가 소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루트가 막혀버린 셈이다.
용인환경센터가 쓰레기 반입을 금지시킨 이유는 ‘주민협의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용인환경센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모여 만든 주민협의체 내에는 소각장 반입 쓰레기를 감시하는 ‘감시단’이 있다고 한다. 감시단에서 재활용센터의 처분 쓰레기를 불시 검사한 결과, 캔이나 병 등 재활용품이 다량 포함되는 등 규정을 위반해 반입을 금지시켰다는 것. 용인시 관계자는 “감시단의 경우 불시 검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용인환경센터에서는 감시단의 조사 결과를 따를 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A 사는 용인환경센터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책임은 시에 있다고 반박한다. A 사 관계자는 “3월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쓰레기를 반입했는데 그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4월부터 전면 반입 금지를 시킨 이유가 대체 뭔지 모르겠다. 물론 분류 과정에서 소수의 재활용품이 처분 쓰레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반입 금지를 시키고 쓰레기가 수백 톤이 쌓여 가는데 시는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쓰레기 반입 금지는 4월부터 6월까지 계속 됐다고 한다. 하루 30톤에 달하는 재활용 쓰레기는 소각장(용인환경센터)으로 가지 못한 채 그대로 쌓여갔다. 이중 몇 번 반입 금지가 풀려 처분 쓰레기를 반입할 수는 있었지만 1~2주에 불과했고 반입 금지 기준조차 불명확했다는 게 A 사의 주장이다. 특히 주민협의체의 경우 주민뿐 아니라 시 관계자, 전문가 등이 모두 포함되기에 A 사 측은 시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길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인력 부족으로 시작된 재활용센터의 불안한 운영은 용인환경센터의 쓰레기 반입 금지 조치와 용인시의 무대책이 겹치면서 ‘쓰레기 대란’이 촉발되는 계기가 됐다. A 사 관계자는 “거의 일주일째 집에도 못 가고 이곳을 지키고 있다. 업무는 완전 마비됐다. 불이라도 나면 이곳은 지옥이 될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특히 재활용센터가 위치한 곳은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팔당호로 흐르는 하천, ‘경안천’이 바로 인근에 있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용인시 측은 이러한 A 사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A 사가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느라 쓰레기 분류를 사실상 태업하는 것”이라며 “A 사에서 인력 확충, 계약연장, 시설 보수 등의 요구 사항을 들고 와 이를 점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용인시 관계자는 “인건비 보조가 이전 위탁 업체보다 확 줄은 계기는 당시 시의회에서 예산 문제 지적이 있어서다. 처음에 계약 당시 인건비 보조가 적다는 것을 알고 A 사가 들어온 것이다. 그 부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후 시에서 인원 4명을 더 확충해 보조해줬다”라고 덧붙였다.
또 용인시 관계자는 “소각장(용인환경센터) 측에서 쓰레기 반입을 금지시킨 것은 감시단의 역할이 있어서다. 이후 시에서 쓰레기를 받아달라고 요청해 반입금지를 몇 번 풀어주기도 했다”라며 “A 사와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시에서 무조건 들어가서 쓰레기를 치워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로서도 여러 대책을 간구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라고 반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