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성폭행’한 아내 구속…부부강간죄 인정 후 ‘첫 사례’

[일요신문] 남편을 성폭행한 아내에게 부부 강간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남편 B 씨의 옷을 벗기고 팔다리를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채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강간 및 감금치상)로 A 씨(40·여)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결혼 생활 10년째였던 A 씨는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자 친구 김모 씨(42) 등을 동원해 B 씨를 집에 48시간 동안 감금한 상태로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결혼 후 10년 넘게 영국에서 살다가 이혼 위기를 맞았다. 

A 씨가 유학생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다 기소돼 형사 처벌을 받게 된 것. 수억 원대의 합의금 등 손해배상 책임은 남편과 시댁에게 돌아갔다. 이로 인해 부부 관계는 멀어졌고, 시댁에서도 A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 소송을 위해 귀국한 A 씨는 지인 김 아무개 씨(42)와 계획을 세워 남편으로부터 “혼인관계 파탄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려 남편을 오피스텔에 감금했다. 이후 옷을 벗기고 손발을 묶은 채 강제로 성관계까지 했다.

남편은 A 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고, 경찰에 “아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합의하에 관계했다”고 주장하는 A 씨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검찰은 남편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성관계에 응했다. 발가벗겨진 채 묶인 상태로 성욕이 일었겠느냐”고 진술하는 점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부부강간죄’는 대법원이 지난 2013년 5월 처음 인정했다. 아내에게 적용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지난 4월 내연남을 성폭행하려 했던 40대 여성이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례가 있지만 해당 여성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상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