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줄여달라는 재계 읍소에도 박근혜정부 세수 확보 열 올려
지난해에도 다수 대기업은 잇달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포스코, 다음카카오, 이마트, 이랜드 등이 회계 자료를 넘겼다. 사진은 국세청 청사 전경.
국세청은 지난 6일 ‘2016년 제1차 국세행정개혁위원회’(위원회)를 열고 올 한 해 세무조사 운영 방향을 밝혔다. 국세청이 계획한 2016년 총 조사 규모는 1만 7000여 건, 예년(2013년 1만 8000여 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수 결손이 매년 증가세(2012년 2조 8000억 원→2013년 8조 5000억 원→ 2014년 10조 9000억 원)를 보이지만 돈이 나올 만한 ‘곳간’은 한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 자료-법인사업자 조사 실적’을 보면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5128건, 5443건이 진행됐다. 같은 기간 국세청이 파악한 해당 법인들의 수입 금액은 86조 2338억여 원에서 137조 7778억여 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대기업을 비롯한 매출이 큰 회사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2013~2014년 수입 금액 5000억 원 초과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실적은 146회에서 205회로 증가했다. 이들의 수입 금액은 65조 4815억 원에서 90조 4354억 원으로 늘었다. 전체 세무조사 건수는 1000여 건 이상 줄었지만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확대된 셈이다.
지난해에도 대기업들은 잇달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포스코, 다음카카오, 이마트, 이랜드 등이 회계 자료를 넘겼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받은 세무조사 결과 최근 1228억 원의 법인세 추징을 통보받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대기업 혹은 그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이 속속 전해진다. 지난 1~2월 국세청은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LG CNS, CJ제일제당, 태영건설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중 삼성물산과 태영건설은 중부지방국세청이, LG CNS와 제일제당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각각 장부를 넘겨받았다.
이들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4~5년 주기로 진행되는 ‘정기 세무조사’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특별히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많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와 달리) 언론 노출 빈도가 늘어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 내 ‘특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올해 들어 SK해운, JW중외제약, 리드코프, 부영 등의 회계 자료를 연이어 확보했다. 조사4국이 특수부로 불리는 까닭은 다른 조사국과 달리 ‘조세범칙 조사’(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범칙조사란 말에 대체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조세 포탈을 계획한 것처럼 ‘낙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 조사의 경우도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온다는데 자료 안 내줄 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세무조사 보도가 나올 때) 기업이 뭔가 숨기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임환수 국세청장과 만나 “성실히 납세해 온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3월 한국경제연구원은 “재량적 세무조사가 GDP와 세수입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중복조사 우려가 있는 지방 세무조사는 국세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세무조사를 줄여달라는 것이다.
올 초 정치권에서는 임기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레임덕과 함께 정부가 국세청에 대한 장악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더해진다. 이에 대해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지난 14일 “아직 레임덕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임시직인 권력기관 수장은 미우나 고우나 현 정권에 충성해야 한다. 국회가 임면권을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은 몇몇 대기업이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과 관련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대기업 집단의 역외 탈세와 관련한 정보도 수시로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이후 국세청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