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서부터 대통령만 빼놓고 모든 것을 판갈이 하라”
○현재시간: 현재 당·정·청 프레임을 모두 중단, 바꿔야만 회생한다
○미래시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만이 판을 뒤집을 수 있다
○정체성 재정립: 정치란, 어둠의 저편을 포착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대안: 신이 비축한 원석들:이정현, 조경태, 장성민, 남경필, 원희룡
1. 4·13 총선 민심, “박근혜식 국정운영을 모두 뒤바꾸라”
4·13 총선은 한국정치의 모든 시간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 3년 평가, ② 오늘의 민생경제와 안보위기에 대한 피로감 ③ 미래비전의 부재에 대한 무기력감을 모두 표출했다. 구체적으로는 총선 승패를 결정한 상수와 주요변수가 떠올랐다.
세계경제 위기와 연동된 경제난은 4·13 총선을 결정한 것은 물론, 향후 2017년 대선의 프레임을 지배할 상수이다. 주요변수로는 주요선거 때마다 돌발되는 남북관계의 불안정성과 40·50 중도층의 표심이다. 북한의 제 4차 핵실험에 대한 개성공단 패쇄조치 대응은 국민적인 피로감을 누적한 채,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선거막바지까지 표심을 결정하지 않는 20%정도의 중도층(40-50대, 80년대 학번)의 개혁요구이다. 중도층 40-50대 20% 표심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다가 선거결과 나타나는 괴력을 발휘한다. 2013년 12월 대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숨은 저력이다.(이하 존칭 생략) 이 세 갈래의 상수와 변수는 향후 1년반의 국정운영의 방향타가 될 뿐만 아니라, 2017 대선에서도 승패의 결정역량으로 적용된다.
결국 4·13 총선 민심은 박근혜식 국정운영을 모두 뒤바꾸라는 명령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대통령중심의 청·당·정순의 권력 운영 프레임으로는 새누리당에게 2017년 말 미래 권력재창출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준엄한 경고이다. 김무성, 최경환, 유승민, 친박, 비박 중진할 것 없이 양패구상 당했다는 현실을 자성해야 한다.
특히 친박 일각에서 내세운 ‘뿔달린 토끼’ 반기문 미래대안론은 얼마나 허망한 도깨비 권력놀음이었는지 드러났다. 나아가 오세훈, 김문수 등 낙선은 새누리당의 미래 대선시계를 파쇄시켜 버린 현실 또한 통찰해야 한다. 전통적 프레임에 입각하여 본다면, 지금 새누리당에는 대선후보가 거의 전멸한 지경이다.
2.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만이 판을 뒤집을 수 있다.
집권세력, 구체적으로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일단, 발상부터 코페르니쿠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과 청와대 중심, 나아가 TK(대구·경북)는 권력탄생의 산실(産室)이라는 오만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란 나라는 지구에서 너라는 우주중심으로 관점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정지된 지구(나)와 움직이는 너(우주)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면, 공진하는 우리(우주와 지구)라는 현재진행형의 운명공동체적 입장이 탄생한다. 관점이 바뀌면 입장이 교정되고, 자동적으로 방법론이 전환된다.
현 집권세력은 ‘박근혜와 청와대 중심’과 ‘TK의 권력본산론’ 이라는 고정된 두 중심축에 옭아 메어 있다. 이 두 올가미가 국민을 양분하는 분화의 기계적인 틀(mechanism)이 된다.
①이념적으로는 극도로 우경화되는 집권세력과 좌경화되는 야권세력, ②계층별로 소수의 금수저과 다수의 흙수저, ③세대별로는 다수의 노인권과 소수의 청년권, ④지역별로는, 호남대 비호남이 아니라, ‘TK와 비TK’로 분기되고 말았다. 4·13 총선결과로 입증되었다.
특히 집권세력 내부 김무성으로 대변되는 YS와 부산·경남세력의 약화는 새누리당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진정한 주인공인 ‘가면’처럼, 박근혜정권을 두 개의 얼굴로 기형화시켰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명박 세력은 산업혁명 박정희와 민주혁명 김영삼 정치의 역사성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으나, 박근혜의 친박은 당의 절반인 김영삼 역사성을 덮어버렸다는 얘기다.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행태이다. 김대중 정권이 박정희의 후예들과 DJP(김종필, 박태준)연합을 이룬 뒤 노무현 정권을 재창출했으나, 노무현은 중도성을 포기하면서 미래권력 창출에 실패하고 만다. 그 공식은 박정희 후예+김영삼 후예(이인제)+김대중=노무현이다.
마찬가지로 박정희+김영삼+이명박=박근혜를 공식화하면, 김대중과 이명박 공식이 들어 맞는다. 등식에 따르면, 국민들은 차기대선에서 박근혜 세력을 선택하지 않는다. 정권교체 한다. 즉, 국민들은 4·13총선에서 박근혜정권이 총체적인 환골탈태가 없는 한 정권재창출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3. 새누리당·박근혜대통령, 어떻게 통회(痛悔) 할 수 있는가?
야당의 동의 없이는 마음대로 풀 한포기 뽑을 수 없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집권야당세력이 어떻게 국민 앞에 석고대죄, 통회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세 갈래의 길이 획정되어 있다.
①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되고, 박근혜 정권이후 심화된 극우 보수노선을 탈피, 중도보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4-13 총선은 이념의 시대는 끝난 현실을 증명했다. 김종인·안철수는 진보도 아닌 것이 보수라고 할 수도 없다.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념의 관념성을 지양하고 실사구시와 실용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우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수렴하는 성장과 복지의 공진으로, 대북노선은 대결과 협력의 공진노선으로 유연하게 선회해야 한다. 청와대와 내각 등 인사를 이에 맞게 전면 쇄신해야 한다.
② 야당은 더 이상 대결하여 물리쳐야 할 적대적 악마의 세력이 아니다. 대화와 소통, 협력과 긴장관계의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상대적으로 온건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국민의 당과는 상호 협력과 권력분점의 관계를,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더불어민주당과는 대화와 긴장관계를 견지하는, 고단수의 여소야대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 경제와 외교안보라인 등 당·정·청 카운트 파터를 모두 야권에 맞춰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상호공명할 수 있는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
③ 박근혜 정권, 사실상 마지막 인사가 딜레마다. 박 대통령이 소수 친박 인사장벽에 휘말리는 인상을 준다면, 대선에서 국민들은 반드시 야당을 선택한다. 수첩을 덮고, 늦었지만 호남을 중용해야 한다. 대통령만 빼놓고 모든 것을 뒤 바꾼다는 제 2의 혁명적 자세로 여·야·원내외를 망라하여 인재를 발굴하여 등용해야 한다.
야당과 연정을 제안할 수도 있고, 나아가 ‘드라마 같은’ 호남과 영남세력의 합당을 설계하여 볼 수도 있다.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인사를 삼고초려하고,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어둠의 저편에 이르기는 커녕, 어둠 속을 헤메이다 주저앉고 만다.
특히 20대 국회가 개원되기 전에 최소한 청와대 경제와 통일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는 시급하다. 국회가 개원되면 거대야당은 가계부채등 금융, 민생경제 위기, 산업분야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게, 강 건너 불 보듯 훤하다. 국민기업 포스코 정준양 사태 등이 자칫 권력게이트로 번진다면, 박근혜 정권과 2017 대선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된다. 속담처럼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죽을 것이라면 먼저 변하여, 대처하고 볼 일이다.
4. 새누리당, 어둠의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은가?
정치란, 어둠의 저편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는 일에서부터 시작 된다. 미래의 시간을 예측하지 못하면 현재진행형 발걸음의 노선을 결정할 수가 없다. 분명한 정답을 말해 드리고자 한다. 어둠의 저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어둠의 저편은 지금 우리가 옮겨가는 발걸음의 교와 직에 따라 그 모습과 내용이 구현될 뿐이다.
패러다임이 변경되고 있는 전환기이다. 새누리당이야말로 김대중과 이명박의 공식이었던 ‘박정희+김대중(김영삼)+미래인물’의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반기문은 박근혜, 김무성은 김영삼, 김문수는 운동권, 오세훈은 이명박으로 그 정체성의 역량과 범위가 제한된다. 하물며 이들 모두 4·13 총선에서 직간접적으로 엄중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전통적인 프레임(틀) 속에서는 새누리당에는 향후 대권후보가 사라지고 없다. 반기문론? 그 이름을 떠올리는 자체가 집권세력에게 미래가 없음을 반증한다.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판과 체질을 완전히 뒤바꾸고 나면,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동터오는 여명의 지평선상에 꿈틀거리는 미래대안의 실루엣을 포착할 수 있다.
미래대안은 시간을 앞서가는 통찰력, 지구와 우주적 차원을 번갈아 가며 압축과 조망을 해온 정치여정을 걸어온 인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내외 할 것 없이 찾아보면 적지 않다. 2017 새누리당 대안의 최소한의 판단기준은 ①일단 TK중심 영남권을 벗어나고, ②보수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③40-50대이다. 새누리당 당 내외, 원 내외를 망라하여 국민들이 반길만큼 신선하고 검증된 인물들을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이성계)형 정도전, 새누리당(정조)형 다산 정약용을 찾아내야 한다.
위 : 이정현, 조경태, 장성민 아래 : 남경필, 원희룡, 김재경
5. 신(神)이 숨겨 놓은 원석들
친박·비박을 떠나서 ①이정현은 검증된 젊고 건강한 정치인이다. 이정현의 정치노선은 영남이나 호남에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더욱이 2017년 이념적 대결이 소멸되어 변화된 대선환경이라면, 호남과 영남을 엮어낼 수 있는 잠재역량은 계량이 불가측할 정도로 강점을 더한다. 호남출신의 한계라고? 2017 대선환경에서는 뒤떨어진 견해다. 영남이 그를 껴안아 준다면 2017년 대선 필승의 더할 나위없는 대안이다.
하늘이 새누리당을 도왔음인지 선거기간 중 영입에 성공한 ②조경태는 새누리당의 꽉 막힌 물꼬를 터 줄 수 있는 전환적 카드이다. 올 곧은 목소리만 견지한 성품으로 인해 친문재인 세력으로부터 짓밟히고 소외를 거듭했다. 그 끝에 공천학살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자 새누리당으로 이적했다. 이적에도 불구하고 야권과 호남에서는 그에 대한 신망은 유지되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치세계에서 출발하여 4선으로 도약했다.
숨은 한반도 안보외교 전문가로서 ③장성민이라는 전직 의원이 있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최연소 김대중 비서가 되더니, 기상천외한 DJP연합론의 발상을 제안하여 재떨이로 얼굴을 맞기도 하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거쳐 초선의원을 지낸, 천재적 성향을 지닌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노무현 열린우리당과 결별하고 풍찬노숙을 서슴치 않는다. 국회 통일외교안보 상임위의 경험을 확장하여, 한미, 동북아, 세계정세를 꿰뚫는 안목을 갖춘 외교안보 실력가로 거듭났다. 2015년 돌연 왼쪽 가슴에 태극기 마크를 달고 조선TV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진행하더니, 불과 수개월 만에 종편 프로그램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대중과 동교동의 역사를 완전히 비월했다. 장성민의 정체성은 통일외교안보전문가이자, 정치인이며, 언론방송인이다. 주목해야 할 잠재역량이다.
한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야권과의 연립 지방자치 도정을 실현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략 꼽은 이정현, 조경태, 장성민, 남경필, 원희룡의 이념적 지도를 분석하면, 엄밀하게 말해 그들의 정신세계과 지향 노선은 보수도 아닌 것이 진보도 아니다. 모두 실사구시와 실용에 입각해 있다는 것. 즉, 안철수, 김종인 등과 맥락이 일치한다. 미래시간의 변화에 따라 2017 대선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에 새로운 바람의 기미가 있다. 진주출신 4선 김재경 의원이다. 그는 17일 밴드 등 SNS에 견해를 밝혔다.
“나는 잘했는데 왜 이러지‘라고 국민을 원망하면 안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확하게 진단이 나온 것이다. 필승지국을 유사 이래 최초 2당으로 만든 잘못을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완전히 바닥에서 출발하면 당당할 수 있지만 적당한 타협은 국민을 속이고 우리가 확실하게 망하는 길이다. 춥고 바람 부는 광야로 나아가자”
국민과 언론은 김재경의 길이 ‘야당스러운 여당’, ‘대통령만 빼놓고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는’, 새누리당 정풍운동의 서곡이기를 고대한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운명은 모두, 남이 아닌, 자신들에게 달려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전환적인 필승대안을 발굴하지 못한 채 얼마남지 않은 2016년 올 한해를 넘기게 되면, 2017년, 정권은 야당으로 넘어간다. 시간은 모든 과정을 자증하여 준다.
“신(神)이 우리를 절망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자신에게로 이끄는 길은 많고도 많다.
그때 신은 나와 함께 그 길을 걸어 주었던 것이다.
그 길은 악몽과도 같았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베아뜨리체 장 중에서)
박요한 선임기자 / 정치학박사 yohanletter@ilyo.co.kr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