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먹다 체했는데 뇌출혈에 골절까지…
지난해 9월 22일 밤, 김 양이 의식을 잃은 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 병원 소아응급실에 실려 왔다. 당시 구급차를 타고 아이와 동행한 목사 부부는 병원 측에 “아이가 저녁으로 카레를 먹다가 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담당 의사의 소견은 뇌출혈. 병원에서는 곧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머리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큰 수술이었다. 두 살배기 여자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생존율 30%밖에 안 되는 힘든 상황이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병원 측은 즉각 112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아이가 단순히 체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담당 의사가 내린 진단은 ‘뇌흔들림 아동증후군’으로 어른으로 따지면 뇌출혈에 해당한다. 이는 누군가가 영아를 심하게 흔들거나 충격을 가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 영구적 뇌 손상이나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목사부부의 아동학대 의혹은 김 양을 담당한 의사가 112에 학대 의심 신고를 하면서 최초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장 목사 부부에 대한 아동학대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조사에서 목사 부부는 처음 병원 측에 설명한 대로 “아이가 카레를 먹다가 체해 등을 두들겼을 뿐 학대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담당 의사는 “카레의 흔적은 없었다”고 엇갈린 진술을 내놓았다.
목사 부부는 지난해 1월 21일부터 교회 소속 고아원에서 김 양을 위탁받아 돌보기 시작했다. 위탁기간은 1년으로 입양 전에 부모가 위탁아동과 같이 살아본 뒤 입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다 8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8개월 동안 김 양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찰은 최초 신고자인 병원 측 의견에 따라 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먼저 경찰은 목사 부부와 김 양이 함께 살던 집부터 가봤지만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한 관계자는 “심증은 확보했지만 물증이 없었다. 어린이집처럼 가정집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확한 증거가 없어 조사에 난항을 겪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경찰은 김 양이 치료를 받고 있던 A 병원에 CT(컴퓨터 단층촬영)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김 양의 손목, 발목, 갈비뼈 등에 골절을 있었던 것이다. 검사를 진행한 병원 측에 따르면, 골절은 학대 의혹이 제기된 당시(지난해 9월)로부터 약 2개월 전에 생겼다. 이외에도 전문의들의 자문 결과 김 양의 뇌출혈과 골절이 아이가 위탁 가정에 맡겨진 이후 생긴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특히 골절의 경우 치료 없이 방치돼 악화됐다는 공통 소견이 나왔다.
전문기관의 공통소견에 따라 경찰은 목사 부부를 아동학대 및 방임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목사 아내를, 지난 4월초에는 목사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목사 부부가 김 양을 학대했다는 정확한 물증은 없는 상황이지만 김 양이 입은 골절을 부부가 치료도 없이 방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대한의사협회의 협력 하에 목사부부의 아동학대 여부를 지속해서 수사 중이다.
현재 김 양의 보호권은 해당교회 소속 고아원이 갖고 있다. 지난해 말 김 양이 재활 치료를 위해 B 병원으로 옮길 때 고아원이 다시 보호자가 됐다. 1년간의 위탁기간도 이미 지난 1월 끝난 상태였고 목사 부부가 여전히 학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후 김 양이 다시 고아원에서 지내게 될지는 미지수다. 고아원 측은 “법적으로만 보호자일 뿐 아이의 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전적으로 맡고 있다. 앞으로 퇴원한 후에도 그쪽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양은 한 단체의 베이비박스에 담겨 발견된 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해당 고아원으로 왔다. 고아원에서 지내기 시작한 김 양은 목사 부부에게 1년 동안 위탁됐던 것이다. 고아원에서는 김 양을 어떤 아이로 기억하고 있을까. 고아원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힘든 아이’였던 것 같다. 교사 1명이 5명의 영아를 돌봐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특히 손이 더 많이 가는 아이였다”며 “소화계통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소화가 잘 안 돼 체한 적도 있어 우리 담당 간호사가 아이를 치료한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소화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김 양의 ‘뇌흔들림 아동증후군’과 연결이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카레를 먹다 체해서 힘들어 하자 소화를 도와주려고 몸을 흔들다가 뇌흔들림 아동증후군이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시 김 양을 담당했던 의사는 ‘카레의 흔적은 없었다’는 소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 김 양에게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 바로 목사 부부였다고 고아원 측은 설명했다. 목사 부부는 주말마다 고아원을 찾아 여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고아원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이기도 했던 목사 아내는 아이를 참 좋아했다. 특히 김 양을 유독 이뻐했다”며 “아이도 목사 아내를 잘 따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목사 부부에게는 이미 슬하에 세 명의 자녀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고아원을 찾을 때도 항상 자녀들과 함께였고 김 양을 아끼는 가족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아이를 목사 부부에게 위탁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김 양은 약 3개월 전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C 병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재활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C 병원 한 관계자는 “의사한테 들은 바로는 현재 식사는 하는 정도”라며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양은 치료가 완료되더라도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아 평생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김 양은 신체적 결함 외에 또 다른 아픔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바로 부모를 다시 한 번 잃었다는 슬픔이다. 고아원 관계자도 그 점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는 “제일 큰 피해자는 김 양이다.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김 양은 부모를 두 번이나 잃은 아이가 됐다. 앞으로 그 아이가 자라면서 겪을 시선도 곱지 않을 테고 그것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사 부부는 지금까지도 김 양을 학대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을 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교회 측도 목사 부부의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선 “경찰 수사 중이라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목사부부가 불구속 입건 상태지만 앞으로 2개월 안에 대한의사협회가 조사·검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것을 토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인턴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