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띄운 회사…남편은 사고 치고 아내는 “나랑 무관”
당연히 세간의 관심사는 이 씨의 부인이자 보타바이오의 대주주인 견미리에게 옮겨 왔다. 게다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씨가 견미리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견미리 측은 남편 이 씨의 사건과 견미리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견미리의 소속사 위너스미디어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대호는 “탤런트 견미리 씨는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보타바이오에 투자한 대주주에 불과하고, 회사의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밝혔다.
남편 이홍현 씨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같은 회사 대주주로 있는 견미리는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신문DB
문제는 견미리와 이 씨가 부부이자 보타바이오의 대주주와 사내이사의 관계였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대중의 관심사는 견미리가 이 씨의 허위 공시 및 부당이득 과정을 전혀 몰랐는가 하는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견미리 측은 “자신의 과실 없이 오히려 대주주라는 이유 또는 그 남편이 구속되었다는 이유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부가 같은 회사의 대주주와 사내이사로 있으며 대주주인 견미리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도모해 왔지만(견미리 측의 주장) 남편 이 씨는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양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검찰이 수사 중인 혐의점) 얘기가 된다. 한 이불 덮고 사는 부부가 같은 회사에서 정반대의 목적으로 일을 해온 셈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2009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불거졌었다는 점이다. 당시 사건은 코스닥상장기업 코어비트와 의류업체 상장사 ‘로이’를 인수해 탄생한 FBC투웰브 관련 내용이다.
당시 이 씨는 의료바이오산업 투자에 쓸 것처럼 허위 공시해 유상증자를 했으며 그 대금으로 투자 대신 부채를 갚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결국 1심에서 이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2심에서 횡령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3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 이 씨는 만기 출소했는데 바로 그해 견미리는 5년 만에 코스닥 시장으로 돌아와 아이디엔(현 보타바이오)의 대주주가 됐다.
2009년에도 견미리는 FBC투웰브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이로 인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언론을 통해 유상증자를 받은 주식이 9배가량 폭등하며 주식 대박이 났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해당 주식은 1년의 보호예수기간이 설정돼 있었기 때문에 차익 실현을 하진 못했다. 이로 인해 당시 검찰은 “견미리는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보호예수기간이 있는 만큼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9년 FBC투웰브 사건과 2016년 보타바이오 사건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견미리의 남편 이 씨는 두 번 모두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견미리 역시 두 번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다만 FBC투웰브 당시에는 보호예수기간이 설정돼 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보타바이오 사건에선 주식을 단 1주도 매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은 정황이 없어 두 번 모두 혐의점도 없다.
게다가 두 번 모두 동료 연예인들이 연루됐습니다. FBC투웰브 사건에선 당시 소속사 대표이던 태진아가, 보타바이오 사건에선 딸 이유비(1억 원), 배우 이순재(1억 원), 김지훈(5000만 원) 등이 유상증자에 함께 참여했다.
견미리 남편 이홍현 씨가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타바이오 홈페이지. 배우 이순재가 전속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보타바이오는 아이디엔이 사명을 바꾼 회사로 사명 변경 당시 ‘보타바이오로 사명을 바꾸며 바이오사업 진출로 재도약을 준비 유명인들이 대거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해 화제가 됐다. 이순재는 전속모델이 돼 현재 보타바이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할 정도다.
이 씨는 홍콩계 자본이 투자한다는 등 호재성 내용을 허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견미리 이순재 이유비 김지훈 등 유명인들이 대거 투자를 결정했다는 공시 내용은 분명 허위가 아니다. 그렇지만 ‘유명인들의 대거 투자’라는 공시 내용은 주가 부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FBC투웰브 사건 당시에도 견미리와 태진아의 유상증자 참여가 주가 폭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견미리 부부는 지난 2006년 제이유 파문 당시에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견미리와 남편 이 씨가 제이유에 깊이 관련된 인물들이었기 때문인데 견미리는 루비 등급, 남편 이 씨는 사파이어 등급이었다. 또한 견미리는 제이유 그룹 제휴 가맹점인 청담동의 스킨케어 숍 ‘미리美’를 운영했으며 이 씨는 화장품을 제조해 제이유에 납품했다. 견미리는 제이유 공식 행사에서 직접 사회를 보기도 했다.
당시에도 견미리 부부는 제이유 파문으로 인해 3억~4억 원가량을 손해봤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 제이유 피해자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유독 견미리 부부는 제이유에서 등급이 매우 높았으며 관련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 터라 자주 이름이 거론됐었다.
이처럼 견미리 부부는 지난 10년 사이 유사수신·다단계 사건 한 건과 주가조작사건 두 건에 연루됐다. 기본적으로 견미리는 세 건 모두 피해자다. 제이유 파문에서 수억 원을 날린 피해자가 됐으며 두 건의 주가조작사건에선 결국 주가 폭락으로 투자 대비 손해를 봤거나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남편 이 씨는 제이유 사건에선 피해자지만 한 건의 주가조작사건에선 피의자로 결국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만기 출소했으며 이번에도 피의자로 구속돼 있다.
따라서 견미리 측의 주장처럼 혐의점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운 견미리 개인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견미리 개인이 아닌 견미리 부부에겐 곱지 않은 시선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