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본인 경영체제 전환? 롯데 수사 종지부 절차일 뿐이란 지적도
신동주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소환된다.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일요신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재계서열 5위인 롯데 그룹에 대한 비자금과 각종 비리 의혹 수사의 핵심 인물로 신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의 구속수사가 진행 될 경우 신 회장 체제로 나선 롯데그룹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30분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신 회장 측도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건설 등 계열사에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하고, 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등 2000억 원대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롯데건설이 최근 10년간 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또한,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매년 100억 원대 급여를 받아간 것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부당 급여 지급 의혹에 대한 혐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신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 필요성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신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신 회장이 만약 구속 기소되면,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거쳐 장악한 한·일 롯데 신동빈 체제가 재개편이 불가피 하는 등 롯데 경영권도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홀딩스는 이사회와 주총 등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홀딩스 대표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서고, 한국 롯데는 현 지분 구조상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 롯데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긴장감 도는 롯데그룹’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에 롯데그룹이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출처=연합뉴스
일본에서는 경제사범의 경우 대부분 혐의가 확정적일 경우 구속 수사하고 실제로 구속되면 대부분 유죄가 선고된다. 결국 신 회장의 구속이 확정되면, 일본 임원들과 주주들이 곧바로 신 회장이 더 이상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표 사임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사실상 신 회장 체제로 정비가 끝난 시점이라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서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의 대체자가 없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95세 고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우 지난달 말 한국 가정법원으로부터 후견인(법정대리인)이 지정되고, 형 신 전 부회장은 이미 2015년 1월 8일 홀딩스 주총을 통해 이사직에서 한 차례 해임된데다 이번 수사에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목된 쓰쿠다 다카유키는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한국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안할 때 롯데그룹 전체 경영인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검찰 역시 롯데 비자금 수사가 이원진 전 부회장의 사망에 이어 MB실세 연루설 등 전현 정권간의 정치적 대립양상으로 부각되는 점에 부담을 느껴 신 회장의 구속보다는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소환조사가 롯데그룹 수사의 종지부를 위한 절차상 일정일 뿐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