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사건에서 1심 유죄를 뒤집고 2심 무죄판결을 받았다.법원에 출석한 이완구 전 총리=연합뉴스
[일요신문]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2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7일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성완종의 사망 전 인터뷰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 부분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생전 인터뷰 녹취록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진술에 대한 증거는 오로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 인정되지만, 예외로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진술 또는 작성된 것이 증명된 때에 한해 관련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당시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 대해 허위의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재판부는 “성완종은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에 다른 사람들 이름 옆엔 금액을 기재했으나 피고인의 이름 옆에는 금액을 공란으로 뒀다“며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이 전 총리의 이름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전 총리의 미소’ 이완구 전 총리=연합뉴스
이 전 총리는 재판 선고 직후 “심려를 드린 것에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과도하고 무리한 검찰권 행사는 앞으로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천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올해 1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남긴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선고 관련 상고할 것으로 보여 이 전 총리의 혐의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날 경우 그의 정치적 행보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더불어 충청대망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