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소재 대학서 수업 않고 급여 챙겨 ‘냄새가 난다’
이상일 전 의원이 지역구에 위치한 단국대 석좌교수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 전 의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 전 의원은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용인(정) 지역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현재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0월 1일자로 단국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이미 2학기 수업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강의나 연구 등 대학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급여는 매달 정상적으로 지급받는다.
이 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학기 중에 임용이 되는 바람에 정식으로 강의는 맡을 수 없었지만 내년 1학기부터는 강의를 맡고 싶다고 학교 측에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정식으로 강의를 맡게 될 때까지 특강을 몇 번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출근은 하느냐는 질문에는 “교수님들을 뵈러 자주 간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석좌교수로 임용될 때 강의계획서나 연구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이미 2학기 강의가 시작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서류들을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 석좌교수는 원래 전문 강좌를 맡기보다는 경험을 살린 강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10월 1일 자로 임용된 특별교원이 10여 명에 달한다. 저 혼자 학기 중에 임용된 것도 아닌데 문제 삼는다면 억울하다”고 했다. 이 전 의원 주장처럼 지난 10월 1일 자로 단국대에서 임용한 특별교원은 10여 명이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급여를 지급받게 되는 특별교원은 이 전 의원이 유일하다.
이날 임용된 다른 특별교원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무급이다. 다만 다음 학기에 수업을 맡게 되면 그에 따른 급여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단국대 측이 이 전 의원에게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전 의원이 받고 있는 정확한 급여 내역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단국대 측은 “생각보다 적은 수준”이라고만 했다.
이 전 의원을 석좌교수로 임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이 매우 어렵다. 아무래도 이 전 의원은 지역에서 인맥이 넓으니까 최고경영자 과정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상경계열 학생들의 취업이 어려운데 이 전 의원이 지역 경제인들에게 우리 학생들 채용을 추천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임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여당 당협위원장이 지역 경제인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면 상대방은 압력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것은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측은 “현직도 아니고 전직 국회의원을 어떻게 로비에 이용하겠나. 이 전 의원이 대통령과 친밀한 사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의 임기도 1년 밖에 안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직무연관성 없는 식사 대접도 처벌받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마당에 강의나 연구를 하지 않아도 매달 급여를 지급하는 단국대의 행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면서 “대학 시간강사들은 일주일에 수십 시간을 강의하고도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