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굳은표정으로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조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범죄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에 청구된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과 관련 430억원대 뇌물공여, 횡령, 국회 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계열사 합병 등에 박근혜 정부의 지원을 얻는 댓가로 최 씨 일가에 대한 특혜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특검에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의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다음달 초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려던 특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청구된 기업 총수 구속영장이 기각돼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 부회장에 청구된 영장 기각 결정을 내린 조의연 부장판사는 ‘특검 1호’ 영장 청구 사레였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 핵심 인사 4명의 영장 심사도 담당했다. 이 가운데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영장만 기각된 바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