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관세청 기싸움…“골든타임 놓쳤다”
제2여객터미널, 교통센터, 접근도로 등 주요 시설 공사가 3월말 완료되고 종합공정률 90%를 넘겨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설현장. 연합뉴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번주 내에 유찰된 DF3 구역에 대한 재공고를 낼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관세청과 협의해 이번주 내에 재공고를 낼 것”이라며 “재입찰 공고를 낼지, 수의계약으로 할지에 대해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초 DF3구역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공사 측은 기존 646억 원으로 책정된 최저수용금액을 10% 낮춘 582억 원으로 내놓았다. 그럼에도 신세계DFS와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입찰하지 않았다.
유찰된 DF3(4489㎡) 구역은 사업 공고가 난 구역 가운데 가장 넓고 명품 패션잡화 등을 판매할 수 있다. 명품 매장의 경우 공항면세점의 상징과도 같지만, 브랜드 유치 어려움과 매장 평당 효율성 부분에서 가장 떨어져 경기여파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DF1(향수화장품)과 DF2(술담배) 구역의 입찰은 국내 면세점 업계 1, 2위인 롯데(DF2)와 신라면세점(DF1)이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재입찰 공고가 나올 경우 국가계약법상 유찰된 뒤 최저수용금액이 또다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 측은 재공고 내용을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경우엔 입찰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사 측도 이 경우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롯데, 신라 등 중복낙찰자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월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지난 4월 27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공사 측이 이주 내에 재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결정한다 하더라도 제 때 개장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사례 등을 내세워 반쪽개장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실제 지난해 9월 오픈한 인천공항 3기 면세점 사업자가 선정된 시기는 2015년 12월이다. 선정에서 오픈까지 10개월이 걸렸다.
반면 연내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2여객터미널의 경우 지난달 말에야 DF1구역과 DF2 구역의 사업자가 선정됐다. 제2터미널의 경우 당초 10월 개장이 목표였으나 연내 개장으로 일정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세 차례 유찰된 DF3 구역을 운영할 사업자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선정된다 하더라도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터미널 개장 전에 오픈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매장의 경우 인테리어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며 “터미널을 신규 개장하는데 면세점이 제때에 오픈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인천공항 T2면세점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이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의 힘겨루기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1~3기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을 관여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T2면세점은 관세청이 권한을 요구하며, 함께 진행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관세법 집행을 명분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관여하는 것엔 문제가 없지만, 공항공사와의 협의조정과정이 길어져 지난해 말 했어야 할 사업공고를 올해 3월에서야 ‘부랴부랴’하다가 면세점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중국 사드보복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 투자 악화는 물론 두 기관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면세점 사업 전반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란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