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0일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10일 열린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 원, 998만여 원 추징을 선고했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교동창 김 아무개 씨도 감형돼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1500만 원을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빌린 돈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송금한 돈을 돌려달라 요구하면서 문자 메시지로 “빌려준 돈도 못 받으니…” “변제 의사가 없는 걸로 알겠다”고 언급한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김 씨 스스로 ‘빌려준 돈’ ‘변제’ 등을 언급해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본분을 망각하고 고가의 향응을 여러 차례 받아 묵묵히 직분을 다하는 다른 검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검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도 훼손시켜 비난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도 “김 씨와 30년 이상 사귀어온 사이라는 점이 김 전 부장검사의 분별을 흐리게 하고 경계심을 늦추게 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억 300만 원, 수수이익 전액 추징을 구형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고교 동창인 김 씨로부터 총 29회에 걸쳐 서울 강남의 고급술집 등에서 2400만 원 상당의 향응과 현금 34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됐다.
특히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수감돼있는 김 씨 지인의 편의 제공·가석방 부탁과 함께 김 씨로부터 돈을 받았고,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A 씨의 오피스텔 보증금·생활비 지원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6~7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된 김 씨에게 자신의 비위사실을 감추고자 휴대전화와 장부를 없애도록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았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2년 6월과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2700여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징역 8개월 선고를 받았다.
한편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김형준 전 부장검사를 해임하자,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