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31일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노경필)는 강간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아무개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지난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여고생 박 아무개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발생 후 17일 만에 피해 여고생의 몸에서 남성의 정액이 발견돼 경찰은 용의자의 DNA를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10년 가까이 갈피를 못 잡던 수사는 2012년 뜻밖의 계기로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 양의 체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 그는 강도·살인 등의 죄목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김 씨였다. 김 씨는 금괴 판매를 미끼로 두 명의 남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당포 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김 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성관계’와 ‘살해’의 연관 고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이듬해인 2015년 ‘태완이법(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이 사건도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법의학자 의견, 교도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추가 증거 등을 토대로 사건 발생 15년 만인 지난해 8월 김 씨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반영구적으로 격리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참회하고 잘못을 반성할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김씨는 “여고생을 만났지만 성폭행하거나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어 검찰도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무기수 신분이기 때문에 사형해야 한다”고 항소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