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백암기 씨의 사망사건 조사를 끝내고, 형사처벌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 측은 “10월 중으로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범위 등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이 경찰의 살수차 운용 적절성을 판단하는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11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약 2년을 묵혀오다 수사 종결을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속도를 내왔다. 지난달에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 고위간부였던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도 재소환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7일 유가족의 면담 제의에 응해 백남기 씨의 장녀 백도라지 씨와 변호인단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빠른 시일 내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백남기 씨의 유가족과 농민단체 등 33명은 백 씨가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살수차 물줄기에 맞아 쓰러진지 나흘 만인 지난 2015년 11월 18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7명의 경찰관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상),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접수 이틀 뒤 서울중앙지검은 백남기 씨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했다. 하지만 그해를 넘기도록 고발인 조사만 한 채, 수사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고발장 접수 약 1년 만인 지난해 10월에서야 검찰은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과 장향진 전 서울청 차장을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서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 진행이 늦어지는 동안 적법하지 않은 살수차 운용 책임자로 지목된 신윤균 전 서울청 4기동단장은 경찰청 성폭력 대책과장으로 승진했다. 공춘학 전 서울청 4기동단 장비계장 역시 경위에서 경감으로 진급, 서울 강서경찰서 방범순찰대장으로 있다. 시위 진압작전의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은 퇴임했다.
하지만 검찰이 2년 가까이 수사를 끌어오는 동안 국가기관의 백남기 씨 사망 원인 판단은 경찰의 과실이 있었음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법원은 경찰의 살수차 가동에 위법 요소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재판에서 “경찰이 직사 살수할 경우 시위 참가자의 가슴 이하를 겨냥해야 하지만, 당일 경찰은 백남기 씨의 머리 등에 연이어 직사 살수했고 그 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 실수든 위법하다”고 밝했다.
또한 앞서 백남기 씨의 사인을 ‘병사’라고 규정했던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 이를 ‘외인사’로 정정했다. 사망 근원이 질병이 아니라 외부 충격이었음을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백남기 씨 사망 형사책임을 어느 선까지 경찰에 지울 지 주목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