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19일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주주 5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무효”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합병 무효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합병 비율이 산정됐고, 부정거래 행위라는 점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합병 무렵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영상황에 비춰 제출된 증거만으로 합병 비율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준다고 볼 수 없다”며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이라 해도 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며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아 합병에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도 그 목적이 부당하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7월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은 이에 반대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효라고 2016년 2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 7월 재판을 종결하려 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일부 인정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에 일성신약 측은 이 소송이 지난 9월에 변론 재개되자 합병이 무효라고 재차 주장했다. 일성신약 측은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과 공모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그 감독을 받는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시했다. 헌법 차원에서 보더라도 합병은 무효”라면서도 “법원 판결이 아닌 당사자 사이에 원만한 조정과 화해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