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절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일요신문DB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부장판사 오민석)는 2일 새벽 소명되는 피의자의 범행가담 경위와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최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이뤄진 것은 인정되지만 최 전 차장이 여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국정원의 통상적인 업무 외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최 전 차장의 해명이 인정됐다. 최 전 차장이 구속수사가 불가피할 정도로 중심·주도적 역할을 하진 않았다고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최 전 차장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구속기소)으로부터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세평을 수집하게 하고, 이를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추 전 국장이 지난해 7월 이 전 감찰관 동향을 우병우 전 수석에게 2회에 걸쳐 ‘비선보고’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은 1967년 동갑내기 검찰 출신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은 최 전 차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혐의 사실에 대한 보강수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 초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이었다.
‘우병우 수사 촉각’ 직권남용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공모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고성준 기자
한편, 검찰은 법원이 불법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범죄 자체는 인정한 만큼 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기존에 알려진 불법 사찰과 블랙리스트 운영 혐의 외에,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 등 새로 제기된 의혹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 전 차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우 전 수석의 신병처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