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생위원들, “반대위원들 무리한 주장으로 파행”
지난 8일 개최된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 ‘롯데마트 상생위원회’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이하 상인회) 롯데마트 상생위원회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기존 상생위원들은 충원된 입점반대 위원들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거는 등 이견이 이어지면서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상인회는 지난 12월 1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찬성 9명·반대 4명으로 롯데마트 상생협의 건을 가결시켰다. 이사회에서는 롯데건축주 소송 건과 상생협의에 대한 권한을 김주식 이사에게 위임하는 의결을 했다.
김주식 이사는 위원 6명으로 상생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동안 준비됐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롯데와 수차례 협의를 거친 결과에 대해 지난 5일 양평군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입점반대 투쟁위원들이 ‘김주식 이사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소리를 지르며 군민회관 단상을 점거하는 등 실력행사로 이를 저지했고, 상인회에서는 온갖 욕설이 난무한 가운데 겨우 설명회를 마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고건덕 상인회장이 반대측 상인에게 밀려 무대 위에 넘어지면서 폭행시비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상인회에서는 다음날인 6일 오전 9시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반대측 상인들의 ‘상생위원회에 반대측 상인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고, 결국 반대측 상인 3명이 충원되면서 9명으로 상생위원회가 구성되게 됐다.
이틀 후인 8일 오후 4시 그동안 롯데와 협의한 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상생위원회 회의가 시작됐고, 이날 회의에는 반대측 위원들이 일부 상인들과 기자들에게 ‘이날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메시지를 미리 보내 지역언론사 기자 5명과 반대측 상인 10여명이 참관하게 됐다.
문제는 이날 회의가 도저히 상생협의를 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었다는 게 참석 기자들의 중론이다. 다수의 반대측 상인들의 참관은 물론,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술을 먹고 참석한 한 상인은 회의 중 큰 소리로 회의를 방해하며 소란을 피우다 끌려 나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무슨 회의를 한다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
회의가 시작되자 반대측 위원들은 점포개설계획과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 상생협력계획서에 대한 분석 작업을 먼저 한 후에 롯데와의 상생협의 자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유통산업발전법과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세칙과 양평군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 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연구 자료와 상생협력 사례들을 전부 읽는데 만도 최소한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후에야 비로소 롯데마트 측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마저도 자신들이 요구한 ▲티엘산업에서 제기한 소송 취하 ▲1월 오픈 예정 현수막 제거 ▲소비자 대상 여론전 중단이 선행된 후에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외에도 ▲롯데마트 이익의 몇 %까지 상인들에게 환원할 계획인지 밝힐 것과 ▲상인회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보상 방안 마련 ▲정기총회가 끝나고 2월에 상생협의 시작할 것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이는 1월말에 상인회 현 집행부가 물러나면 새로운 집행부에서 상생협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결국 기존 상생위원회에서 그동안 롯데와 협의해 왔던 ‘협의안’을 백지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술을 먹고 참석한 한 상인이 큰 소리로 회의를 방해하며 소란을 피우다 끌려 나가기도 했다.
반대위원들 “자료 읽는 데만 1개월 걸려… 2월 신임회장단에서 논의해야”
기존 위원들 “협의를 하지 말자는 것… 위원회 존립 이유 없어져” 파행
대다수 상인 “롯데마트, 기존 할인마트와 경쟁” 상인 ‘81.3%’ 입점 찬성
이에 대해 한 위원이 “검토할 서류를 읽는데만 1개월 이상 걸린다는 등의 이런 무리한 조건을 내거는 것은 결국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거냐”고 물었고, 반대측 위원은 “결사적으로 반대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안이 있다면 찬성”이라면서도, “시간은 우리 편이다. 한시법에서 정한 2020년 11월 23일까지는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시법이 연장될 수도 있고, 기한이 폐지가 될 수도 있으며, 또 제한 규정이 폐지되더라도 상생법에 의한 사업조정을 신청하여 받아내는 방법도 있다. 롯데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또 다른 위원이 “2020년 11월 23일까지 (협상을 끌고)간다면 우리가 이렇게 모여 있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발했고, 반대측 위원은 “그건 롯데 측에 달려있다. 우리한테 적절한 피해보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가 굳이 협상 테이블을 펼쳐 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럼 그때까지 (협상을 끌고)가자는 거냐”고 되물었고, 반대측 위원은 “물론이다”라고 대답하면서 결국 이날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끝났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 A씨는 “6년간 반대하면서 그동안 어떤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했던 것이냐”면서, “이제 와서 서류만 읽어 보는 데에만 1개월이 걸린다느니, 2020년 11월 23일까지 아쉬운 게 없다느니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땡깡’을 부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언론 보도에서 보듯 상생협약 후 되살아난 전통시장이 있는가 하면 대형마트 입점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면서, “특히 현재의 양평시장은 식당과 술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롯데마트 입점이 시장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많은 상인들의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롯데마트가 들어와도 결국 기존 할인마트와의 경쟁이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실제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상인인 자영업자 ‘81.3%’가 입점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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