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 성폭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쯤 단원 성폭행·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이윤택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윤택 전 감독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감독은 자신의 성폭력 가해 관련 폭로가 나온 뒤 지난달 19일 공개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회견 리허설’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떤 일을 당할 때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며 “준비과정을 ‘리허설’ ‘연습’ 등으로 왜곡되게 말한 것 같다”고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피해자가 몇 명이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경찰은 이윤택 전 감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단원들을 상대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피해자 폭로 등을 통해 알려진 행위가 실제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택 전 감독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6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 의혹은 피해자들의 ‘미투(Metoo)’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이어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씨 등 피해자 16명은 지난 2월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윤택 전 감독을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내부 검토를 거쳐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가 사건을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이에 경찰은 이달 5일 이 전 감독을 출국금지하는 한편, 고소인 조사를 통해 자세한 피해사실을 들었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이 전 감독의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 증거를 확보했다.
이 전 감독의 가해 행위는 대부분 지난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2013년 이전 범행이라도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