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왼쪽)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명희 이사장에게 폭언 등을 당한 피해자 10여 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 이사장에 대해 상습폭행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상습폭행은 폭행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죄)가 아니어서,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최대한 피해자 진술을 많이 확보해 상습폭행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았다. 상습폭행의 ‘상습성’은 판례상 정확한 횟수 등 기준이 없어 피해자 확보가 중요하다. 경찰은 이명희 이사장의 폭행 모습이 담긴 영상 등 물적 증거자료도 확보한 상태여서, 혐의 입증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명희 이사장의 상습폭행 등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환 조사 일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이사장 소환 조사는 빠르면 이번 주 중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3일 이명희 이사장이 인천 하얏트호텔 직원과 자신의 운전기사 등에게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내사에 들어갔다. 참고인 조사와 기초 자료 수집 등을 거쳐 경찰은 이달 4일 이 이사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동안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 피해자가 언론에는 피해 사실을 적극 제보했지만, 경찰 조사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 피해자들의 진술을 받아 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퇴직한 한진그룹 관계자와 조양호 회장 부부의 자택 전직 근무자들이었다.
특히 이 이사장 측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습폭행의 경우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신병처리 과정 등에서 정상참작이 될 수 있다.
경찰은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해 이 이사장의 신병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갑질에 대해선 엄중히 수사해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