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 정책담당관이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의 일부다. 이 정책담당관은 국민적 수요에 맞추어 여경의 비율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체력이 약한 여경을 늘리면 치안이 불안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여경 체력검정평가에 대한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 정책담당관의 언론 인터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 정책담당관의 발언은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을 완화하자는 의미로 해석되었고 삽시간에 논란이 확산됐다. 6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정책담당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7월 6일 기준 해당 청원 글에 7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문제가 커지자 이 정책담당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체력검정기준을 완화하자는 뜻이 아니며 지금의 체력검정 종목이 실제 경찰 업무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남성보다 낮은 여성 체력검정 기준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위험한 상황을 빈번히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경찰관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은 필수사항이라는 것. 한동안 SNS 상에는 여경 지원자가 체력검정 당시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팔굽혀펴기 하는 영상이 퍼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순경 채용은 필기 또는 실기시험 50%, 체력검정 25%, 면접시험 20%, 가산점 5%를 합산해 고득점 순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 가운데 체력검정은 남녀 모두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좌우 악력, 팔굽혀펴기 5종목을 심사한다. 각 종목별로 기록에 따라 1~10점을 부여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점수 측정 기준이 다르다. 예컨대 팔굽혀펴기의 경우 남성은 1분에 58개 이상, 여성은 1분에 50개 이상을 해야 10점을 획득할 수 있다. 또 나머지 종목의 검정방식은 남녀가 동일하지만 팔굽혀펴기의 경우 여성은 무릎을 바닥에 대는 자세가 허용된다.
의무경찰 복무 경험이 있는 20대 남성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체력검정 과정에서 무조건 동등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 범죄자나 여성 취객 등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과 같이 여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며 “하지만 시위 현장만 보더라도 빠르게 뛰어야 하고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만큼 여성과 남성의 체력검정 기준 격차를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 예컨대 무릎을 바닥에 붙인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 건 사실상 체력 검정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의 여성 체력검정 방식이 경찰 업무 수행 능력을 테스트하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윗몸일으키기를 1분에 55회 이상하여 여성 기준 10점을 받는다면 남성 기준으로 환산하여도 9점이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순경 공채를 준비했다는 한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순경공채를 준비하기 위해 체력검정 학원에 다녔는데 여성의 체력검정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일반 남성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들 가운데서도 남녀 체력검정 기준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발 더 나아가 여성 역시 남성과 동일한 체력 검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통합채용 제도를 도입하여 남녀 순경공채 정원 역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승진과 발령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안내된 순경 채용일정에 따르면 1차 시험에서 남성 1299명, 여성 230명을 선발하며 2차 시험에서 남성 1300명, 여성 230명을 선발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전체 경찰 수(11만 8051명) 대비 여경 수(1만 2909명)로 10.9%에 불과하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