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1부장 신봉수로 교체 “사법부 잡겠단 의지”…조양호 영장 재청구, 조현아도 칠 듯
신봉수 당시 첨단수사범죄1부 부장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부장검사를 교체했다. 앞서 수사를 이끌었던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부 검찰과장은 모든 검사들이 원하는 ‘선망’의 자리인 만큼, 영전으로 볼 수 있다. 신 부장검사 후임으로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현 첨단범죄수사1부장(사법연수원 29기)이 임명됐다.
신봉수 부장검사의 특수1부 부장검사 인사를 놓고, 검찰 내에서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납득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신 부장검사가 검찰 내 최강 화력 ‘특수1부’를 이끌기에 능력이나 경력 면에서 충분하다는 평가다.
신봉수 신임 특수1부장은 지난해 첨수1부를 이끌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했다. 의혹은 무성했던 사건이었지만, 몇 차례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통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것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을 찾아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때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와 함께 번갈아가며 직접 대면조사를 담당했고, 350억 원의 비자금을 횡령하고 110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동기 중 가장 능력 있는 특수통 검사만이 갈 수 있다는 특수1부 부장검사로 가기에 충분한 성과였다는 평이다.
신 부장검사는 그 전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굵직한 사건에 다수 투입된 바 있다. 그는 2003년에는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 소속됐고, 2006년 ‘일심회’ 간첩단 사건, 2008년 BBK 특검, 2010년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 이재현 CJ그룹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 등 큰 규모의 특수 사건을 다수 경험한 바 있다.
수사를 지휘할 한동훈 3차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와 손발을 맞춰본 점도 장점이다. 이번 인사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는 예상대로 유임이 결정됐는데, 한 차장검사는 주변에 “사법부를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봉수 부장은 본격적인 사건 기록 검토 등을 마친 뒤 7월 말부터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은 7월 부장검사 등 인사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자료 수집과 관계자 소환 조사 등 사전 밑그림 작업에 집중했다. 특수1부 소속 검사 가운데 일부는, 인사를 앞두고 있어 수사에 깊숙이 참여하지 않았는데 인사 후 ‘100% 전력’을 투입하게 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평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장검사 주임제 이후, 부장검사가 사건 전체를 더 확실하게 책임지고 가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우선 사건 전체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한동훈 3차장검사의 지휘를 받아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현재 검찰은 전반적인 사법부 보고 흐름 파악을 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복원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디가우징(강한 자기장으로 데이터를 영구 삭제)으로 훼손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하드디스크 복원 작업에 나선 한편 대법원 청사 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의혹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고 있다. 검찰이 넘겨 받은 자료 중 조회를 원하면 법원 관계자 참관 하에 관련 데이터를 선별해 추출하는 작업으로, 문건마다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해서 자료 이관을 모두 마치기까지 길게는 2주 이상 소모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연스레 강제 수사(압수수색)는 8월 즈음은 돼야 가능하다는 평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처장으로 각종 의혹에 관여한 고영한 대법관 임기가 8월 1일까지”라며 “검찰이 대법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는 것과 검찰 인사, 고영한 대법관 임기 등을 감안할 때 8월부터 사법부 내 각종 의혹들이 서초동 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도 세간이 주목하고 있는 대한항공 수사 담당 부부장검사를 유임시키며, 수사 마무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로 수사를 이끌던 김종오 검사(사법연수원 30기)는 이번 인사에서 대검 수사정보1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후임으로 김영일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가 임명됐다. 사건을 지휘할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도 김범기 진주지청장(사법연수원 26기)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수사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최준필 기자
대검찰청 관계자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사건의 경우, 담당 부장검사 등 인사가 있었지만 사건 주임검사인 부부장검사를 유임시키기로 했다”며 “사건을 꿰고 있는 부부장검사를 통해 사건을 끝까지 파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 아들 부정 편입학과 그룹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탈세 등의 혐의를 보완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조 회장 측은 병원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건강 상태를 감안해 불구속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검찰은 영장 재청구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세청이 관세포탈 및 밀수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탓에, 조양호 회장-조현아 전 부사장 부녀가 모두 구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조사1, 2부가 자리잡고 있고 금융감독원과 협조를 하는 탓에,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기업 잡는 전문 ‘칼’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의 경우 한진그룹 수사 후 금호아시아나그룹까지 수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그룹의 경우에도 내부에서 잇따라 고발이 나오고 있지 않냐”며 “지금은 내사도 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언론 등을 통해 어떤 내용이 드러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본격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