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집단 첫 사례 의의…최 회장, 이사회 소집권은 유지
SK㈜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밝힌 정관변경 안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현재는 최 회장이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다. 이사회 의장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인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주사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뜻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SK㈜는 개정될 정관에서 이사회 의장에게만 부여했던 이사회 소집권을 대표이사에게도 부여했다. 이사회 소집권은 의장의 핵심권한이다. 이사회를 소집할 수 없으면 회사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은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글로비스가 올 3월 주총에서 이사 전체에 이사회 소집권을 부여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한다. 하지만 이 회사 정관상 의안을 의장이 제안하는 만큼 사내이사나 대표이사가 아니면 수행이 어려운 구조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정관개정을 통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에게 맡기고 있다. 현재는 이상훈 전 경영지원 실장이다. 현대차는 아예 이사회 의장을 공식문서에서 밝히지 않고 있다. LG는 회장이 의장을 겸임하며, 롯데는 이사회 소집권자인 대표이사가 의장 역할을 한다. 결국 주요 대기업에서는 여전히 총수 또는 경영진이 이사회 소집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편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회사 지배구조 법률 제13조에 의해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그 사유를 공시하고 선임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