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에 인수된 후 노사갈등 깊어져…경영진 ‘업무상 배임’ 눈 감았단 의혹도
케이카 내부에선 한앤컴퍼니가 대부분 일반 직원이 참여한 노동조합을 탄압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케이카 노조는 한앤컴퍼니의 케이카 인수 논의가 오가기 시작한 2017년 11월 매각을 반대하며 설립됐다. 현재 일반 직원의 약 90%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한앤컴퍼니가 대대적인 임직원 비위 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한앤컴퍼니는 윤리경영 선포식을 열고 “새 출발에 앞서 준법·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앤컴퍼니는 비위 조사 대상을 케이카 전체 구성원으로 두고 자진 신고와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케이카 내부에선 한앤컴퍼니가 대부분 조사와 징계를 케이카 노조 조합원인 일반 직원에 한정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케이카 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 각각 5건, 6건 총 11건 비위 제보 중 비조합원에 대해 한앤컴퍼니가 진행한 조사와 징계는 2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에 대해 제보된 5건은 모두 조사했고 정직·감봉 등 징계 처분했다.
한앤컴퍼니가 있는 서울시 을지로 페럼타워 전경. 한앤컴퍼니는 케이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일요신문이 입수한 한앤컴퍼니 비윤리 행위 징계위원회 인사 결과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회사 입고 뒤 일반 고객에게 판매해야 할 차를 몰래 자기 앞으로 구매한 경북지역 A 소장에 대해 직위해제 및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고객 대상 판매 차량을 소장 허락을 받고 구매한 후, 직원은 사용할 수 없는 보증 서비스를 받은 충청지역 B 주임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B 주임의 보증 서비스 진행을 허락한 해당 지점 소장은 견책 처리됐다. 특히 A 소장은 직위해제·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후에도 사실상 소장 역할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감봉 처분 1개월이 흐른 지난 10월 1일 다시 소장으로 복직했다.
한앤컴퍼니는 또 지난해 말 경영진의 ‘중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확인하고도 해당 경영진을 ‘건강상 이유에 따른 사직’으로 처리,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당 경영진은 협력업체의 차고지 운영 및 차량 탁송 신규 사업에 개인 지분을 투자해 케이카 업무를 밀어주려 한 혐의를 받았다. 형법 제356조에는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한앤컴퍼니가 지분 인수 사업장에서 “대한민국 법률에 근거해 처벌받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 자세한 조사 및 처벌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한앤컴퍼니의 상반된 조사와 조치에 대해 케이카 노조는 “명백한 노조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일부턴 한앤컴퍼니 본사가 있는 서울시 중구 페럼타워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케이카 노조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노동조합을 회사 경영을 위한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 수익성 제고를 막는 걸림돌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협력업체가 진행하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그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려 하는 한 중대 비위 행위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대표를 교체하는 등 노사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갈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최현석 전 케이카 대표 후임으로 발탁된 정인국 대표가 내부 비위 징계위원회에서 노동조합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인사차별을 진행했던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난 탓이다. 정인국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인사발령 2일 전에야 대표 선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대표집행임원 등기는 한 달 후인 지난 2월 19일에야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케이카 내부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먹튀자본이란 비판을 피하고자 통과의례처럼 윤리경영 비위 조사를 벌이지만, 현재와 같은 비위 조사는 오히려 먹튀자본이란 비판에 힘을 싣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케이카 관계자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에 대한 인사차별은 사실무근”이라면서 “내부 비위 건에 대한 조사는 대표 직속기구인 윤리경영실 주도 하에 사내 규정에 따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 규제 벗어난 케이카, 1조 원 매출 눈앞 케이카는 지난해 9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한앤컴퍼니가 케이카 인수와 동시에 대규모 확장에 나선 게 호재로 작용했다. SK그룹 산하에서 케이카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의 중고차 매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따라 시장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후에는 동반위 규제에서 벗어나 확장에 나설 수 있었던 것. 케이카에 따르면 신규 매장이 시장에 안착한 지난해 4분기 이후 매월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케이카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넘는 판매량 증가를 이루며 연간 매출 9000억 원 기록했다. SK그룹 계열사 시절 8000억 원 수준의 연간 매출보다 1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선 케이카의 호실적 배경에는 매장 확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4월 케이카 인수 당시 26개였던 매장을 인수 후 34개로 30% 넘게 늘렸다. 중고차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이 꾸준히 확장하면서 매장 확장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집계에서 2009년 196만 대 수준이던 국내 중고차 매매 시장 규모는 2012년 326만 대, 2015년 366만 대, 2016년 378만 대로 해마다 성장했다. 현재 국내 중고차 매매 시장 규모는 판매 대수 기준으로 신차 시장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고차 매매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내년 2월 말 종료될 예정인 데 따라 중고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3년 2월 동반위가 지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해제되면 대기업도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배동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