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들 “한국 강하다”… 베네수엘라 감독 “패배 인정, 한국은 좋은 팀”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마친 뒤 한국 대표팀 수훈 선수들이 ‘인터뷰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 왼쪽부터 나진원-박민욱-현빈.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첫 승리를 거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리틀 대표팀 이민호 감독(대전 중구리틀)과 나진원, 현빈, 박민욱은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남은 대회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8월 1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1차전 경기. 한국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경기에서 승기를 잡았고, 베네수엘라를 10대 3으로 완벽 제압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대회 주최 측은 이날 경기 수훈 선수로 선발투수 나진원, 포수 현빈, 유격수 박민욱을 꼽았다.
베네수엘라전에서 5타점 4득점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 나진원. 사진=이동섭 기자
나진원은 이날 경기 선발투수 겸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나진원은 마운드보다 타석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나진원은 4타수 2안타 5타점 4득점 괴물 같은 활약으로 베네수엘라 격파 선봉에 섰다. 나진원은 마운드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좌완투수 나진원은 1.1이닝 2실점(비자책) 투구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선 나진원은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타석에서 괴물같은 활약을 선보인 나진원은 인터뷰실에 도착해서야 ‘리틀야구 선수’다운 앳된 표정을 되찾았다.
“홈런을 치는 순간 한국에서 경기를 보고 계실 엄마와 아빠가 떠올랐어요. 아! 그리고 계룡시 리틀야구단에서 나를 가르쳐주셨던 하인수 감독님 생각도 많이 났어요.” 나진원의 공식적인 홈런 소감이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안방마님 현빈. 현빈은 베네수엘라전에서 한국의 선취 타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사진=이동섭 기자
다음 차례는 이날 경기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안방을 든든히 지켰던 현빈이었다. 현빈은 베네수엘라전에서 선취 타점을 비롯해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을 선보였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선 어려운 파울플라이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현빈은 “타점을 올려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저는 안타를 칠 때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습니다. 잘해서 여기도 인터뷰도 하고…” 잠시 말문이 막힌 현빈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인터뷰실에 오니까 느낌이 굉장히 새롭습니다.”
이어 인터뷰 질문은 그물망 수비 중심에 있었던 리틀 대표팀 유격수 박민욱을 향했다. 박민욱은 1회 말 더블플레이 수비를 비롯해 경기 전반에 걸쳐 상당히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했다. 타석에서도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인터뷰 중 윙크를 하며 여유로움을 과시한 박민욱. 박민욱은 베네수엘라전에서 ‘한국 그물망 수비의 중심축’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사진=이동섭 기자
박민욱은 “그동안 수비 에러가 많았는데…”라며 말을 줄였다. 잠시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는 표정을 짓던 박민욱은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오늘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처음부터 더블플레이 수비를 해서 긴장이 풀렸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수비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더블플레이 잡을 때 집에서 TV 중계로 경기를 보고 계실 엄마 아빠를 떠올리니 기분이 좋았어요. 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물망 수비를 펼친 박민욱의 소감이다.
박민욱은 “다음 경기에서도 더블플레이를 잡아내고, 안타를 쳐서 인터뷰실에 다시 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을 향한 외신의 관심은 뜨거웠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부터 외신 기자들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팀은 정말 강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신 기자들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서울팀’이 아니란 사실에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베네수엘라를 10대 3으로 격파한 뒤 공식 인터뷰에 나선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과 이민호 감독. 사진=이동섭 기자
외신 기자들은 리틀 대표팀 이민호 감독에 “충청 지역 선수로 구성된 이번 한국 대표팀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사상 첫 비수도권 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이 감독은 “한국 지역 예선을 치를 때부터 모두 ‘서울이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쟁을 이겨냈다. 올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우리”라면서 “앞으로도 충청도 소년들의 활약상을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의 ‘수비와 작전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야구’에도 관심이 높았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우리 팀은 힘보다 스피드와 수비를 중요시한다”면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끈끈한 수비와 한 걸음 더 가는 주루’가 우리의 색깔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실에 등장할 때만 해도, 이민호 감독과 충청도 야구 소년들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들은 멋쩍은 표정 뒤에 숨겨놓았던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남은 대회 기간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만큼 당찬 발걸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베네수엘라 루이스 곤잘레스 감독은 패배를 인정했다. 곤잘레스 감독은 “한국이 (우리보다) 수비에서 앞섰다. 공격적인 주루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좋은 투수와 타자를 보유한 팀”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를 꺾은 한국 대표팀은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회전에서 ‘캐리비안 지역 대표’ 퀴라소와 만난다. 퀴라소는 8월 16일 대회 개막전에서 오스트레일리아를 11대 0 콜드게임으로 꺾은 팀이다.
한국과 퀴라소의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회전 경기는 8월 18일 오후 10시에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준결승에 선착한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