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 전 당국과 협의 거쳐”…상생안 논의 국토부·규제완화 지원 청와대는 ‘난감’
검찰의 ‘타다’ 기소와 관련, 스타트업 업계의 우려가 큰 가운데 청와대와 관계부처가 검찰의 기소 책임을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9일 열린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타다’ 퇴출촉구 집회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검찰은 지난 10월 28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브이씨엔씨)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쏘카는 자회사 VCNC를 통해 타다를 운영하고 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로, 고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호출하면 승합차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호출을 받고 와 승객을 목적지까지 운송해주는 서비스다. 타다는 호출한 승객과 가장 가까운 차량이 자동 배치되는 ‘강제배차’ 시스템으로 승차거부 문제를 해소했다.
타다는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11인승 승합차만 운영해왔다. 현행법상 자동차대여사업자는 사업용 자동차를 유상 운송 혹은 타인에게 대여 및 알선할 수 없지만,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이다. 타다 측은 사업을 시작하며 “국토부(국토교통부)와 논의를 계속해 와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며 “택시업계와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시범서비스를 운영한 직후부터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고, 지금까지 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이번 타다 기소는 지난 2월 고발에 따른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난 2월 타다를 불법 택시영업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지난 5월 택시업계 4개 단체는 검찰의 판단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추가 제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타다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고 콜택시를 운영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사업계획을 작성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고, 자동차대여사업자는 사업용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해서는 안된다”고 적시했다. 또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지 않고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함과 동시에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했다”고 혐의를 설명했다.
쏘카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타다는 앞으로 재판을 잘 준비해 나갈 것이며 법원의 새로운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타다 건이 사실상 공유경제 신사업의 향방을 결정하는 사건이라 보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10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 국회, 검찰 모두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승차공유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공유경제협회 또한 지난 10월 30일 성명서를 통해 “타다의 검찰 기소는 한국 공유경제의 씨앗을 밟아 죽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열린 타다의 미디어데이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기소로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곳은 주무부처인 국토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1년 가까이 논의해 법안을 제출했고, 며칠 있으면 법안심사 소위가 열릴 상황에서 사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가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대규모 집회와 분신 등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 7월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상생안)’을 내놓고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또 개편방안을 국회에 올리고 올해 안 입법화할 계획이었다.
청와대의 입장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정부가 스타트업 업계에 대해 규제 완화 및 지원을 약속해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이재웅 타다 대표를 포함시켰으며, 지난 6월 북유럽 순방 때에도 박재욱 VCNC 대표 등 타다를 비롯한 게임·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을 동행해 혁신사업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더욱이 검찰이 타다를 기소한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개발자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며 AI 관련 기술과 인재 육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월 30일 YTN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의 타다 기소 관련) 뉴스를 보고 저도 당혹감을 느꼈다”며 “대통령이 큰 비전을 말씀하신 날이었는데 공교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기소 결정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토부의 이 같은 반응에 검찰이 “기소 결정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및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타다 논란은 기소 책임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타다 사건을 정부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사전에 전달했고, 지난 7월 사건 처분을 일정기간 미뤄줄 것을 요청받았다”며 “정부 당국에 사건처리 방침을 사전에 알린 뒤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사건처리 방침을 통보받거나 사전 협의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 처분을 미뤄줄 것을 검찰에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대검찰청과 국토부의 공방은 법무부의 해명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이 언급한 ‘정부당국’은 법무부였고, 법무부가 관련 내용을 국토부에 전하지 않고 사건 처분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 다만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협의 요청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논란이 확대되자 청와대는 “지난 7월 법무부와 관련 논의를 한 것은 맞지만, 검찰의 기소 방침 보고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9월과 10월 타다 기소 방침을 놓고 청와대와 협의했다는 검찰 측 주장과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타다 기소 책임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기소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타다 관련 제도화 및 입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타다와 관련해 고발이 있었던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관련 업계와 상생안을 논의해왔다”며 “지난 7월 상생안 발표 당시에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때문에 검찰 수사와 별도로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그 입장은 다르지 않다. 여러 상황변화가 있지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 타다 논란 ‘불법파견’으로 번진 이유 검찰이 타다를 불법영업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타다의 운전자 관리 체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고, 고용노동부는 타다의 불법파견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인 택시기사들은 지난 6월 타다 운영사 VCNC에 대해 불법파견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후 지난 10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타다 불법파견 행정처분 촉구대회’를 열고 처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타다 운전자들이 불법 파견된 근로자로, 타다가 파견법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고발에 힘을 실은 것은 최근 공개된 검찰의 타다 공소장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피고인들은 ‘타다 드라이버’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운전자들의 출퇴근 시간 및 휴식시간, 운전자가 운행하여야 할 차량, 승객을 기다리는 ‘대기지역’ 등을 관리·감독했다”고 적시했다. 타다가 프리랜서 운전자들에게 직접적 업무를 지휘 및 감독했다고 본 것.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와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서의 운전업무’의 경우, 근로자 보호 등의 이유로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로 볼 경우, 앱을 사용해 운전자를 간접 고용하고 있어 불법인 셈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또한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타다는 용역업체 22개사에서 도급계약으로 파견된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8400여 명을 ‘타다 앱’을 통해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있다”며 불법파견에 해당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타다 측은 타다가 운송사업자가 아닌 차량대여사업자로, 운전자를 간접 고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재웅 VCNC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박 대표는 “현행법상 차량대여사업자는 운전자를 직접 고용할 수 없고, 파견 받거나 프리랜서만 알선할 수 있다”며 “법을 지키려면 기사 알선밖에 못하는데 고용을 회피하려 불법파견하는 업체로 오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다의 불법파견 여부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타다를 불법파견으로 결론내리면, 타다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지시 등의 조처를 명령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타다 건과 관련해서는 현재 고용부 서울동부지청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상황이라 언제 조사가 끝나고 결론이 날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