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1800만 원 벌었는데 돈 안줘” 국민청원…F 사 “허위사실 유포 법적대응”
FX렌트는 주요 국가 통화의 환율차 등락에 따라 돈을 거는 방식의 투자처로 20~3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투자 방식의 도박성이 짙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FX렌트는 결국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FX렌트 유사 업체들은 예정돼 있던 광고 집행까지 취소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F 사이트 거래소 모습. 매수, 매도에 걸고 1분 뒤 등락에 따라 두 배를 벌거나 모든 돈을 잃게 된다. FX렌트와 구조는 똑같다. 사진=F 사이트 캡처
그런데 유사 업체 F는 되레 영업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라 관심이 모아진다. 이 업체는 “FX렌트는 환율 등락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불법이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무법 상태고, 우리는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해서 합법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4월 FX렌트 유죄판결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이 결정되고, 정상적인 금융업 테두리에 없으며 해당 상품이 헤지(hedge) 등 부가적인 기능을 못하면 불법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업체는 단순히 불법요소만 있는 게 아니라 ‘먹튀’까지 하고 있어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5월 10일 F 업체 이용자였던 김 아무개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FX 불법 판결, 편법 우회 비트코인 바이너리 옵션 업체인 ‘FOO’에서 먹튀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일요신문에 ‘돈을 넣고 겨우 1800만 원까지 만들었는데 돈을 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사연은 이렇다. 김 씨는 F 업체의 신규 가입 이벤트 지급액 5만 원으로 매매를 시작해 1864만 4800원까지 모았다. 그는 “약 3년가량 전업처럼 매매하면서 꼭 오르는 지점을 선별해 돈을 걸었다”며 “가상화폐를 오랫동안 거래해 왔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차트 기반으로 삼는 F 사이트에서 돈을 버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익금 1800만 원이 넘자 이 돈을 출금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5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출금 신청을 했지만 매 정각마다 출금된다는 본사 안내와는 달리 3일이 지나도 출금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는 F 업체 본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회원정보와 이름, 출금액과 출금 신청 시간대를 밝히고 출금 처리 문의를 했지만 매일 오후 6시까지 처리된다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받았다.
김 씨는 반복적인 답변에 문제를 제기하자 “상담원이 여러 명이라 답변이 달랐을 수 있으나 금일 6시까지는 반드시 출금될 것이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김 씨가 그동안 녹취한 상담원 통화에 따르면 모든 전화는 동일한 상담원이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재차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이제는 김 씨 이름만 들어도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 청원에 오른 F 사이트 피해자의 글. 1800만 원을 받으면 830만 원씩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김 씨는 “F 사이트가 합법 및 재테크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금융 취약계층이 그대로 믿을 수 있는 만큼, 이 업체를 수사기관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이런 문제제기를 통해 돈을 받게 된다면 830만 원씩 각각 위안부재단과 천안함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 사이트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악의적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가 이어지고 있어 법무법인을 통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F 사이트는 약 14억 7000만 원 출금 사실을 공지해 출금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F 사이트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청원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라고 반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