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 모두 인정…“합의 노력 중” 고개 숙여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개그맨 박 아무개 씨가 2년 간 수십 차례에 걸쳐 불법촬영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재판장 류희현) 심리로 개그맨 박 아무개 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박 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공판 과정에서 박 씨가 단순히 불법촬영용 카메라만 설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2018년 KBS 연구동 화장실에서 칸막이 위로 손을 뻗어 피해자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을 비롯, 지난 4월까지 총 32회에 걸쳐 불법촬영을 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화장실 또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피해자 등을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쳤으며, 이러한 불법 촬영물 7개를 자신의 저장매체로 옮겨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박 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히는 한편, “피고인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들과 합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5월 29일 KBS2 ‘개그콘서트’의 출연자 연습실 등이 위치한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용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발견된 불법 카메라는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카메라로 이어폰이 부착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를 설치한 용의자로 박 씨가 지목되자 박 씨는 동료 개그맨들의 연락을 피한 채 잠적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불법촬영물 영상 속 박 씨의 모습이 확인돼 박 씨는 결국 지난 6월 1일 새벽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