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어 늘리려고… “삼촌들 제몸 어때요”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자신의 알몸을 찍어 SNS에 올린 사진들. 오른쪽 큰 사진은 영화 <소원> 스틸컷.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아동음란물을 유포하거나 내려 받은 사람 117명을 적발했다. 이들 117명이 유포하거나 소지한 아동음란물만도 무려 10만 건에 달했다. 그런데 이중 51%에 해당하는 61명이 초·중·고 학생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61명 중 43명이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이었다. 휴대가 간편하고 언제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음란물을 접하는 초등학생이 급격히 늘어난 결과였다.
특이한 점은 초등학생들의 음란물 유포경로가 대부분 유튜브라는 사실이다. 음란물 유포경로로 트위터를 주로 사용하는 중·고등학생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대학생과는 차이를 보였다. 유튜브가 초등학생들의 주된 음란물 유포경로가 된 것은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숙제를 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자연스럽게 ‘야한’ 영상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변민선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실제로 유튜브를 통한 음란물 유포나 소지자들 중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초등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부모라면 초등학생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가정 밖에서 생활하는 자녀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튜브의 경우 음란물을 내려 받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직접 음란물을 촬영하고 올리는 경우가 많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란 영상 대부분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올라오는 비정상적인 성행위 장면을 접한 초등학생이 이를 모방해 촬영한 것이다. 스마트폰 조작이 미숙한 일부 초등학생의 경우 실수로 터치를 하면서 영상이 게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생이 자신의 신체 부위 사진이나 음란행위를 촬영해 SNS 등에 유포 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인기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자신의 음란행위를 촬영한 게시물을 통해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변민선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적발된 33명의 초등학생들은 자신의 신체를 찍어 유튜브나 인터넷에 올리는 이유를 트위터 팔로어를 늘리거나 페이스북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실수로 유출이 되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에 조사를 받은 초등학생 33명도 자신한테 피해가 되돌아오리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음란물을 생산하거나 유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초등학생도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비디오테이프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 경우 부모의 눈에 띄기 쉽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휴대가 간편해 부모의 감시를 피하기가 쉽다. 스마트폰은 구체적인 성인 인증 번호가 없어도 가짜 이메일 계정 등을 통해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SNS 음란물 살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의 경우 게시자 확인이 어려워 국내에서는 단속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을 해외 통신사업자에게 보내고 자료를 회신받는 데만도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변민선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여전히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에 대한 단속은 쉽지 않다. 해외 공조 수사를 늘리고 국내 인터넷 사업자는 아동음란물이 발견되는 경우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민선 수사대장은 “아동이나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음란물에 노출되면 중독의 위험이 더 높다. 실제로 조사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음란물을 보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중독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며 “어린 시절 호기심에 한번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이 자신을 음란물 유포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남긴 ‘흑역사’를 삭제해주는 대행업체인 산타크루즈 김호진 대표는 “자신의 음란물을 유포한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님이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부모 모르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상담을 요청한다. 이런 경우가 한 달에 20건 정도는 발생한다”며 “이런 친구들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의 고학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한 순간의 실수로 인생의 큰 오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료로 삭제 작업을 대행해주고는 있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음란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