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어찌 그 어린 것을…”
9일 오후 6시께 이 양의 집을 찾았다. 이날은 이 양이 화장되어 시내의 한 공원묘지에 안장된 날이었다. 부산 날씨는 종일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모든 장례절차를 마친 집안의 분위기는 줄곧 침통했다. 집안에는 식구들이 모여 있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잠시 집 밖에 나왔던 이 양의 할머니는 손녀에 대한 질문에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라고 울먹이다 들어갔다. 기자의 요청에 한참 만에 현관에 모습을 드러낸 이 양의 어머니 홍 아무개 씨(39)는 아예 넋이 나가 있었다. 그녀는 극한 슬픔에 겨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벽을 짚고 허공만 쳐다봤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던 그녀는 충격과 분노, 슬픔에 북받친 나머지 한동안 눈물만 떨구다 돌아섰다.
― 현재 심정은.
▲ 지금 우리가 어디에서 뭐하고 왔는지 알잖나. 더 이상 할 말 없다. 지금은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정신이 아니다.
― 다른 가족들은 어떤 상태인가.
▲ 말해서 뭐하나. 멀쩡하다면 이상한 것 아닌가.
―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금 막 보내고 왔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밖에 무슨 할 말이 있겠나.
― 이 양은 어떤 딸이었나.
▲ 지금 너무 힘들다. 미안하다.
―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 양이 들떠 있었을텐데.
▲ 어떻게 이럴 수가…. 믿겨지지가 않는다.
―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 아… 지금 그런 거 따져서 뭐하나.
― 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사람이 어찌… 어찌 그 어린 것을….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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