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부모들 뭉쳐…진실게임 일파만파
일산 모 유치원 원생 A 양의 어머니 B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애정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추행 장소로 유치원 종일반 안에 있는 ‘체벌방’을 지목했다. 이와 동시에 “잠자는 중에 아저씨가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만졌다”는 아이의 진술과 그 아저씨가 운전기사 C 씨라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반면 사건을 담당한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관계자는 “당시 아이가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피해 아동은 성인 남성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 너무 밝아 보였다”며 “특히 아동의 진술 과정에 어머니가 자주 개입했다”고 무혐의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A 양에 대한 여섯 번의 진술녹화 조사에서도 특별한 혐의점이 없었다고도 했다. 유치원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21개 중 14개의 본체를 분석한 결과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장소(체벌방)에 남성이 출입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종일반에는 CCTV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C 씨를 포함한 운전기사 7명의 DNA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결과분석도 요청했다. 어머니가 제출한 A 양의 기저귀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돼 운전기사들의 DNA와 의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여기서 아버지의 DNA가 나왔다. 이후 C 씨도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기사가 종일반에 출입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아니다”고 보탰다.
B 씨는 <일요신문>에 경찰이 부실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수사관이 처음부터 소극적이었다. CCTV를 제대로 확인한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한 날짜 확인을 했다. 보통 ‘언제 몇 시쯤이세요?’라고 묻고 ‘그 시간대는 확인해봤는데 없다’는 식이었다. 전부를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았다”며 “진술 녹화에서도 경찰은 전혀 아이를 배려하지 않았다. 여자 형사가 ‘너 아저씨 알지? 아저씨에 대해 얘기해봐’ 같은 단순 질문만 반복해 피해 상황이 제대로 확인이 안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 씨는 “우리 애는 나이가 어려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동상담센터 관계자도 당시 진술 녹화가 제대로 안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성인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는 점도 억측이다. 수사관이 아는 척해도 아이는 인사조차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씨는 5회차 진술 녹화가 끝난 뒤 수사관이 “어머님, 여기서 그만 덮죠”라고 말한 점이 수긍이 안 갔다고 했다. 아이의 신체에 상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돼서 확인이 안 될 뿐이다. 아이를 산부인과에 데려갔는데 외음부에서 염증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아이가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녹음을 해뒀다고 했다. 경찰에 녹취록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 한다. 해당 녹취록을 보면, B 씨가 “유치원 자는 방에 갔을 때 누구누구 있었어?”라고 묻자 친구들 이름을 대며 “그리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B 씨가 재차 “그 친구들 있을 때 누가 들어왔어?”라고 묻자 “어, 남자 한 개가 어…, 얼굴이…”라고 했다. “○○○과 닮았어?”라고 묻자 “어, 많이 닮았어…. 엉덩이도 만졌어. 여기 XX도 만졌어”라고 했다. ○○○은 A 양과 같은 반 남아로, B 씨는 이 아동과 가해자로 지목된 C 씨가 닮았다고 주장한다. 녹취록에서 A 양은 ‘XX’, ‘○○○’, ‘만졌어’라는 키워드를 자주 사용했다. B 씨 인터뷰 후 <일요신문>은 경찰 관계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시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지난 25일 유치원 측은 A 양이 속했던 종일반 학부모들을 위한 간담회를 주최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2~3명의 종일반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혀로 얼굴을 핥는 이상 행동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아이도 당시 자꾸 ‘XX’ 라는 얘기를 했다. 당시 유치원 선생님이 ‘어머님, 자꾸 애가 XX라는 표현을 써요’라고 전화까지 왔다. 심지어 아이가 목욕탕을 가면 할머니 엉덩이 사이를 막 쑤시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아이 아빠 엉덩이에 달려가서 엉덩이를 만지려고 해서 혼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해당 유치원을 다녔던 한 아이의 아버지가 “아들이 체벌방이 무섭다며 겁을 먹고 울면서 들어와 ‘같은 반 여자친구가 어떤 아저씨한테 당했다’는 말을 했다”면서 “심지어 반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때리면서 교육시켰다”고 썼다. 그는 아이를 퇴원시켰다고 한다. 앞서의 학부모도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때렸어’라고 해서 ‘말 안 들으면 엄마가 꿀밤 때리듯이 때렸나보네’라고 했다”면서 “그러자 아이는 ‘아니야, 주먹으로 세게 때렸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선생님이 체벌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유치원 측은 해당 담임선생을 이미 징계한 상태다.
앞서의 학부모는 “어떤 엄마는 종일반 인근 복도에서 운전기사를 수시로 봤다고 했다. 기사가 벽에 기대고 서서 ‘누구누구야 엄마 오셨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밝혔다. 유치원 원장은 “운전기사들이 복도에 돌아다닌 것은 맞지만 CCTV상 그 종일반에 운전기사들이 출입했다는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기사 C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나는 피해 아동의 얼굴도 모른다. 지난해 그 반이 목장으로 견학을 갔는데 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차를 탄 기억이 있다. 운행 코스가 달라 내가 태웠던 아이도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