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금성 마부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영화 ‘공사중’ 관련 투자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지난 3월 피소됐다. 사진=마부엔터테인먼트 제공
A 씨의 주장을 토대로 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3년 A 씨는 구리 전선(고철) 수십억 원 상당을 구매하기 위해 중간업자인 B 씨를 소개받아 만났다. 그러나 일이 틀어지면서 구매하지 못하게 되자 B 씨가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영화배우 김희라의 아들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B 씨를 만난 지 사흘 만에 영화 투자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 김금성 대표를 만나 투자를 결정했다. 김 대표의 마부엔터테인먼트는 이 당시 ‘공사중’이라는 성인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성은과 라리사, 트랜스젠더 배우 최한빛 등이 출연한 것으로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A 씨가 투자를 결정한 데는 ‘성인영화’라는 메리트가 있었다. 앞서 2012년 개봉한 ‘전망 좋은 집’이 IPTV 유료 서비스 붐을 타고 제작비의 약 10배가량을 벌어들였다는 이야기가 영화계에 파다할 때였다. 짧은 촬영 기간, 적은 투자금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A 씨는 “영화는 일주일이나 열흘이면 다 찍기 때문에 2013년 12월에 촬영을 마무리하고, 내년 1~2월쯤 개봉하면 2월에 바로 돈이 나온다고 했다”며 “(IPTV를 얘기하면서) 그래서 투자금은 흥행과 상관없이 보호되는 돈이라고 했고 계약도 그렇게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 씨와 마부엔터테인먼트 간 체결한 계약서에는 투자원금과 관련해 마부엔터테인먼트 측이 2014년 2월 28일까지 전액 상환하도록 돼 있다. 2014년 2월 28일은 당초 계획된 영화의 개봉일인 2013년 2월을 기준으로 12개월을 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계약서에 따르면 영화의 수익금의 총 정산 역시 ‘개봉 월로부터 12개월 이후의 정산액을 최종 정산으로 합의한다’고 돼 있다.

2012년 KBS2 ‘여유만만’에 출연한 김금성 마부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KBS2 ‘여유만만’ 캡처
이런 가운데 A 씨는 영화 제작을 위해 지급했던 본인의 투자금 3억 원 가운데 1억여 원이 다른 이의 계좌로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A 씨를 투자판에 불러왔던 B 씨였다. 알고 보니 그 역시 마부엔터테인먼트의 이전 작품인 ‘소원택시’에 투자한 투자자였다.
A 씨는 “B 씨도 투자한 돈과 수익금을 받지 못하면서 마부엔터테인먼트 측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새 영화를 제작해 받는 투자금을 B 씨에게 주는 조건으로 새로운 투자자인 나를 마부엔터테인먼트에 소개한 것”이라며 “나를 투자자로 소개한 그날도 영화를 제작하려는 의도로 만난 게 아니라 B 씨가 자신이 투자한 돈을 받아내기 위해 나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제작사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투자금 폭탄 돌려막기’가 이뤄진 셈이다.
결국 고소를 결심한 A 씨는 지난 2월부터 김 대표와 그의 어머니 김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마부엔터테인먼트는 김 씨 모자가 번갈아가며 대표를 맡고 있었기에 어머니 김 씨 역시 A 씨의 고소 대상이 됐다고 했다.

투자자 A 씨와 마부엔터테인먼트 간 투자계약서. 수익금과 별개로 원금 상환의 기일이 명시돼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대표 측도 할 말이 많았다. 김 대표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B 씨가 자신이 투자한 1억 원을 급하게 회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투자자를 확보하겠다면서 A 씨를 데려왔다”며 “저희로서는 법인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채권자인) B 씨에게 돈을 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1억 원을 상환하고, 남은 2억 원으로 영화 제작을 마무리했다. 이런 상황을 A 씨도 모두 인지한 상태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고 콘텐츠 판매 대행업체와 법적 문제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 상환이 어려웠을 뿐이지 저희 쪽에서 작정하고 돈을 주지 않으려 한 게 아니다”라며 “이미 지난 3월까지 1억 5000만 원을 A 씨에게 입금했고 남은 투자금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상환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계획하고 있던 사업에 차질이 생겨서 시일이 걸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