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임에도 겨울용 외투를 입고 있어 의아했지만 해당 브랜드는 로로 피아나(Loro Piana)로 고가의 맞춤 양복 전문인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였다. 로로피아나 맞춤정장 한 벌의 가격은 약 450만~550만 원 정도다. 유 전 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겨울용 점퍼 역시 1000만~2000만 원대다.
그리고 신발은 명품 브랜드 ‘와시바’로 알려졌다. 아니 그렇게 경찰이 발표했다. 당연히 매스컴은 로로피아나와 와시바라는 브랜드에 집중했다. 로로피아나는 나름 유명 브랜드였다. 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즐기는 브랜드로 유명해 매스컴에선 익히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했다.
반면 와시바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였다. 매스컴은 경찰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브랜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기자 역시 아마존 등 해외 유명 쇼핑몰을 통해 해당 브랜드를 찾아 봤지만 전혀 그런 브랜드를 찾을 수 없었다.
일반 쇼핑몰에선 유통조차 되지 않는 브랜드일 수도 있어 명품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패션 매거진에도 문의했지만 와시바라는 명품 브랜드를 안다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독일에 실제로 ‘와시바’라는 신발 쇼핑몰이 존재하긴 하지만 고가의 명품이 아닌 중저가 브랜드라고 한다.
결국 드러난 와시바의 실체는 허무하고 황당했다. 해당 브랜드의 정확한 철자는 ‘Waschbar’로 독일어다. 그리고 그 뜻은 ‘세탁 가능’다. 다시 말해 이는 브랜드 네임이 아닌 ‘세탁 가능’이라는 태그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찰이 유 전 회장의 신발이니 당연히 명품 브랜드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내놓은 치명적인 실수였던 셈이다. 결국 경찰이 와시바라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하나 런칭한 게 되고 말았다.
검경의 유 전 회장 검거 수사 및 사체 확인 과정이 얼마나 허술한 지를 경찰이 만들어 낸 명품 브랜드 ‘와시바’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찰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병언 전 회장의 키와 손가락 등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과연 검경이 유병언 전 회장 관련 각종 의혹을 깔끔하게 와시바(세탁 가능)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