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후 섬들은 자태를 뽐낸다
▲ 용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용수리 바닷가(위)와 용수리 해안가에 세워진 풍력발전기. | ||
1132번 일주도로를 타고 협재해수욕장 지나 10분쯤 더 달리면 용수리다. 일주도로 우측으로 해안선과 나란히 달리는 도로가 따로 나 있는데 신창-용수해안도로라고 불리는 길이다. 한경면사무소가 기점.
이 길을 따라 조금만 달리다보면 어디선가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거대한 날개가 허공에서 휘휘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풍력발전단지다. 행원단지에 비해 그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해안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백㎏이 넘는 풍차를 가볍게 돌리는 이곳의 거센 바람은 수월봉의 멋진 해안절벽을 만들어냈다.
풍력발전단지에서 자동차로 약 5분 거리에 자리한 수월봉은 용수리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중화산인 수월봉은 응회암(지름 2㎜ 이하의 화산방출물이 퇴적, 응고해 만들어진 바위) 층리로 이루어져 있다. 수월봉은 해안과 맞닿아 있다. 그 탓에 바람이 밀어낸 파도에 깎여 켜켜이 쌓아올린 책처럼 주름 잡힌 단면이 생겨났다.
수월봉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엉알산책로’라고 부르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이야말로 수월봉 응회암 단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책로 주변에는 삼백초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다. 빨간 꽃들이 파란 파도와 대비되면서 강렬하게 빛난다.
수월봉은 ‘수월’과 ‘녹고’ 남매의 전설이 있는 오름(기생화산)이다. ‘신들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많은 무속신앙과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제주에 전설이 깃들지 않은 오름이 있을까마는 수월봉의 전설은 특히 슬프다.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약을 구하기 위해 수월봉까지 올라온 남매는 절벽에 곱게 핀 약초를 발견한다. 수월은 녹고의 손을 잡고 겨우 약초를 캤는데 기뻐하다가 그만 녹고의 손을 놓치고 떨어져 죽고 만다. 그 이후로 이름 없던 이 오름은 수월봉이 되었다.
▲ 수월봉 해안지대에 만발한 삼백초(위)와 수월봉 전경. 제주 제일의 일몰 감상포인트다. | ||
차귀도는 뱃길로 5분 거리로 죽도, 지실이도, 화단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의 면적은 0.16㎢로 아주 작다. 가장 큰 섬인 죽도는 대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과거엔 주민들도 살았는데 현재는 빈 섬. 집터와 우물터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섬은 2000년에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됐으며 아열대의 동식물상이 매우 풍부하여 제주의 여러 섬 중에서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열대성이 강한 지역으로 5∼10m 수심에는 수많은 미세 홍조식물이 생육하며 그중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학계에 발표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차귀도 앞에는 와도가 있는데 주민들은 ‘누운섬’이라고 부른다. 꼭 여자가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모양. 오른쪽에서부터 얼굴, 가슴, 다리가 자구내포구 쪽에서 보면 또렷이 드러난다.
자구내포구는 수월봉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포구다. 포구 안쪽엔 식당과 횟집이 모여 있다. 이곳에는 돌로 쌓아올린 옛날 등대가 있다. 흔히 도대불이라고 부르는데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다. 높이는 3m 정도로 지금의 등대처럼 멀리 환하게 비추지는 못했겠지만 희미한 불빛으로라도 길잡이 노릇은 톡톡히 했을 것이다.
용수리에는 차귀도만큼이나 중요한 생태적 보고가 또 있다. 바로 용수저수지다. 저수지라기보다 늪에 가깝다. 용수리 마을 안쪽으로 2㎞ 정도 들어간 들판에 있다. 제주동백동산 습지와 더불어 멸종위기식물이 서식하는 습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이곳에는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매, 수달, 감돌고기, 통사리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순채, 제주고사리삼, 개가시나무, 비바리뱀, 맹꽁이, 벌매, 팔색조, 물수리, 조롱이 등 15종의 멸종위기종 2급종이 관찰됐다.
저수지 주변으로 길이 나 있는데 예전에는 이곳의 물을 끌어다가 논농사를 짓고는 했다고 한다. 저수지 근처에는 아직도 몇 개의 논이 남아 있다. 이곳은 최고의 낚시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붕어와 잉어가 주종이다.
오로헌은 예전에 작곡가 나운영 선생이 기거했던 집이다. 오 씨가 이 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나운영 선생이 사용하던 피아노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낡은 데다가 그 가치를 잘 몰라 불쏘시개로 써버렸다고 한다.
오로헌은 용수저수지를 지나는 이들에게 개방돼 있다. 언제든 들러 오 씨가 수확한 토종꿀차 한 잔 마시고 쉬었다 갈 수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제주국제공항→1132번 지방도→한림읍→한경면사무소 삼거리→우측 해안도로→풍력발전단지→당산봉→수월봉
★먹거리: 자구내포구 앞에 식당과 횟집들이 있다. 만덕식당(064-773-0255)은 고등어조림과 갈치조림을 잘 하는 집이다. 차귀횟집(064-773-1114)은 싱싱한 자연산 회만 취급하는 곳으로 믿고 먹을 수 있다.
★잠자리: 1132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한림읍 협재해수욕장 바로 지나 일성제주콘도(064-796-8400)가 있고 여기서 다시 5분쯤 가면 판포리에 스위스콘도(064-773-0700)가 있다. 용수저수지에 있는 오로헌(016-698-7841)은 상황에 따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제주특별자치도 관광문화포털(http://cyber.jeju.go.kr) 064-710-385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