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 신뢰 그리고 소통이 중요해” 한목소리
한편 2011년 끝 무렵에 감독을 경질하고 급하게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국가대표팀은 2월 29일에 쿠웨이트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 경기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진출의 판가름을 짓는 승부이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국가대표팀을 향해 집중돼 있다.
이토록 중요한 대회를 앞둔 대한축구협회는 축구팬들에게 새해 인사겸 출사표를 밝히기 위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월 3일 오후 1시 30분에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는 최강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참석하여 앞으로의 일정과 준비사항을 밝혔다. 참고로 최강희 감독과 홍명보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대표팀 멤버로 출전한 인연이 있다.
#“선수 선발, 최대한 협조하겠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 모두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어서 선수선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두 감독도 동의한다. 그러나 두 팀의 경기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보니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 잡음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올림픽팀의 경기가 끝나고 일주일 후에 열리는 쿠웨이트 전에는 경험이 많은 베테랑을 중용하겠다. 올림픽팀 선수를 선발하더라도 두 명 정도로만 추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 감독의 말에 홍명보 감독은 “쿠웨이트 전은 최종예선 진출을 위한 한판승부이고 국민들의 성원이 절대적이기에 국가대표팀 우선원칙으로 선수 선발을 고민해보겠다”라는 뜻을 밝히며 축구팬들의 우려를 잠식시켰다.
#국가대표팀 선발 기준은?
지난해 전북을 K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자마자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을 이번 주 내로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축구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있는 선수 선발의 기준과 관련해선, “아직 K리그가 개막하지 않았고 선수들 모두 동계훈련 중이기 때문에 (선수 선발을) 당장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대신 쿠웨이트전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까닭에 “K리그에서 직접 본 선수들을 기준으로 선발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대표팀 코치들을 프로구단들의 전지훈련지로 보내서 대상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논란이 되었던 ‘K리그 선수들 위주로 한 선발’에 대해 최 감독은 “‘구자철을 선발하지 않겠다’라고 한 것은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최근 출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팀의 경기력을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자신의 최우선 목표는 최종예선 진출이고 따라서 나이와 경력을 불문해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주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최 감독은 “대표팀이 구성되면 모든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선임하겠다”면서 박주영의 주장직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박지성의 대표팀 재발탁에 대해서도 최 감독은 “감독이 선발하기 이전에 대표팀을 은퇴한 선수 스스로가 마음이 있어야 동료들과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맹과 각 구단의 협조 필요
최 감독은 대표팀의 조기 소집과 관련해선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럽팀을 맡고 있을 땐 ‘가급적 늦게’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길 바랐지만 대표팀을 맡고 나니까 ‘가급적 빨리’ 선수들을 소집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며 웃음을 터트린 그는 “대표팀 훈련 기간은 열흘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코칭스태프가 선임되는 대로 코치들을 각 구단 전지훈련지와 유럽에 보내 국내파와 유럽파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림픽팀 새로운 얼굴 여부
올림픽대표팀에 새로운 얼굴이 가세할 것인지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 올림픽팀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은 그 나이대 선수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로 이루어졌다”며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남은 지역예선 세 경기와 관련해선 “일단 사우디 전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승점 3점이 뒤지며 2위를 달리고 있는 오만과의 경기에서도 지지 않겠다. 최소한 무승부라도 거두겠다. 올림픽 진출을 확정 짓고 마지막 카타르 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선수들과의 소통이 중요
‘예년과 달리 두 팀의 지역예선 성적이 부진하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 감독은 “현재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건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일원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넣어주는 것”이라며 최 감독 본인이 “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올림픽팀의 많은 어린 선수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며 “감독의 신뢰가 선수들에겐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두 감독 모두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산다는 건?
최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고 가장 걱정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묻자, 그는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말을 듣고 아침까지 잠을 못 잤다. 그러나 결정을 하고 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처음 전북을 맡았을 때도 팀 사정이 좋지 못해 불안했지만 결국 강팀으로 만들었고 지금 위기에 빠진 국가대표팀도 쿠웨이트 전을 승리로 장식하면 유리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그날 경기만 생각하겠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에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홍 감독은 “작년 6월에 있었던 요르단과의 경기에 대비해 특정 선수가 팀에서 뛸 수 있는지 여부를 일주일 전까지 알 수 없어서 손발을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당시의 고충을 토로했다.
조광래 전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당시엔 홍명보 감독과 선수 선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최강희 신임 감독과 홍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선 기자회견 내내 견고한 협력 관계임을 말로, 행동으로 여러 차례 강조했다. 두 감독의 ‘동업자 정신’이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어느 정도 올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영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