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긴 아까운 카드 주영이를 어쩌나…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①박주영 딜레마
국가대표팀 최강희호와 마찬가지의 걱정거리다. 바로 박주영(아스널) 문제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여전히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최근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 AS모나코에서 활약했던 것을 발판 삼아 모나코 왕실로부터 10년 영주권 체류 자격을 얻은 것이다. 2022년 12월까지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운 신분을 얻은 박주영 측은 “병역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의 이민 준비 단계”라는 병무청의 설명대로 여론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박주영은 병역 혜택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동정론도 있지만 상당수는 박주영이 과연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설왕설래를 빚고 있다.
어쩌면 연이은 아스널에서의 결장과 침묵 자체는 홍 감독의 선택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것 자체가 이미 런던올림픽 메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 후보로 올려놓았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홍 감독은 “아시안게임 때 박주영의 역할은 정말 뛰어났다. 선수단 안팎에서 형님다운 모습으로 후배들을 다독였고, 팀을 이끌어왔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러나 병역 논란은 생각보다 컸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역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당에 올림픽 출전에 있어 가장 큰 동기부여라 할 수 있는 ‘절실함’도 떨어질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어쩌면 6월부터 본격 시작될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준비할 최강희호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이 박주영을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발한다면 홍 감독도 이를 참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②국내·해외파 구성 어떻게
홍 감독은 개인보다는 전체(팀), 겉멋보다는 내실을 중시한다. 지도자가 된 이후 이러한 사고에는 변함이 없었다. 기존 틀을 깨는 것은 그에게 익숙한 일은 아니다. 홍 감독은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과 최종예선, 그리고 앞서 각종 평가전과 강화 훈련 때 참여했던 제자들을 배제하기 어렵다.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최종 엔트리는 모두 18명. 두 명의 골키퍼 포지션을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16명, 그리고 와일드카드 3명을 제하면 13명밖에 없다. 누군가는 버려야 하는 피치 못할 상황이다. ‘내 선수’를 유독 아껴온 홍 감독과 휘하 코칭스태프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올림픽 출전 범주에 속하는 23세 이하 연령대에 속하는 또래 해외파의 선택 여부에 시선이 모아진다. 만약 올림픽호 최종엔트리 선발에 있어 ‘유력하다’는 표현이 옳다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빼놓을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구자철은 항상 중용돼 왔다. 그리고 여전히 구자철에 대한 홍 감독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기존에 맞춰온 퍼즐을 깨지 않는 선이라는 전제에 따른다면 구자철은 가장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카드다. 박주영과 달리, 특히 와일드카드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실력과 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쓸어 담을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또 다른 후보로는 기성용(셀틱FC)과 손흥민(함부르크SV) 등이 있다. 역시 실력에서는 높은 주가를 달린다. 다만 둘은 성인 대표팀 경험이 많기 때문에 홍 감독의 지도에는 익숙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또래들과의 융화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로서는 카타르 프로축구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남태희(레퀴야)가 가장 올림픽 본선에 근접해 있다. 남태희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홍명보호를 구한 전례가 있다. 아울러 홍 감독의 영향력이 많이 미치는 일본 J리거들은 상황이 다르다. 긍정적인 부분에서다. 일본 올림픽팀이 자국 리거들을 차출할 수 있다면 홍명보호 역시 문제가 될 게 없다.
③조직력 강화 어려움
선수 선발은 홍명보호의 의지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문제는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내부적인 사안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형님들과는 달리, 올림픽팀 아우들은 소집 일정마저 뚜렷하지 않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조직력 강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시아 라이벌인 일본 축구는 축구협회(JFA)부터 적극적으로 나서 런던올림픽 메달 프로젝트를 향해 부지런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J리그 팀들과의 적절한 협의를 통해 매달 강화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미 4월 한 차례 실시했고, 남은 기간 중에도 계속 소집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나름의 평가전 스케줄도 확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다르다. 일본이 7월 중순 제의했던 올림픽팀 간의 평가전마저 취소할 정도다. 2013년 승강제 시행에 앞서 스플릿(분리) 시스템으로 K리그가 진행되는 탓에 일정 조율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해결해야 할 대한축구협회의 행보도 답답하기만 하다. 그저 스케줄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넋 놓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일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을 뿐, 현실적인 대안을 제대로 내놓은 게 없다.
협회-리그 간의 조율이 이뤄진 일본 축구가 홍 감독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러울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당연시되고 있는 메달 확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현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데 말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