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즐겨야 제맛” 한달 29일 ‘고요한 밤’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의 한 장면.
세계 성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일본은 매번 꼴찌를 면치 못한다. 글로벌 콘돔기업인 듀렉스가 2005년도에 세계 4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일본인의 연간 평균 섹스 횟수는 45회로 독보적인 꼴찌였다. 1위 그리스(138회), 2위 크로아티아(134회), 3위 몽골(128회) 등에 비하면 3분의 1정도인 셈이다. 더욱이 일본은 “성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고작 15%에 불과했다.
2011년 조사에서는 37개국을 대상으로 섹스 빈도를 물었는데, 일본의 경우 “주 1회 이상 섹스를 즐기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27%로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섹스 빈도가 낮으니 저출산화가 진행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본 내에서 실시한 통계도 비슷하다. 2013년 사가미 고무공업이 발표한 ‘일본의 섹스’라는 조사에서는 연령대별로 보다 구체적인 섹스 횟수를 확인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성생활에 관심이 없고 연애에 소극적인 ‘초식화’가 20대 젊은 층에 확산되어 이슈로 떠올랐지만, 30~40대의 섹스리스 문제도 심각하다. 30대의 월평균 섹스 횟수가 2.68회, 40대는 1.77회로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혼자의 경우 월평균 섹스 횟수는 1.7회로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고, 기혼자 중 50% 가까이가 “섹스리스 부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일본은 세계에서 섹스 빈도가 가장 낮은 사회이자 성생활 만족도가 현저하게 낮은 나라다. 그렇다면 유독 일본에서 섹스리스가 두드러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가 거론되고 있는데, 먼저 <산케이신문>은 “혼자 즐기는 성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성인비디오(AV) 시장 규모만 4조 원이 넘는 섹스산업 대국이다. 하지만 신문은 “발달한 섹스산업이 오히려 섹스리스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V나 잡지로 손쉽게 해결하는 쪽을 선호하는 대신 굳이 번거롭게 파트너까지 배려해야하는 성행위에 탐닉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상현실이 커플 섹스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일본 성과학회가 2013년 내놓은 보고에 따르면, 20~40대 부부의 41.3%가 “최근 1개월간 한 번도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성관계를 맺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일(가사)에 지쳐서” “귀찮아서”를 꼽았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가쓰베 씨는 일본인이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일본인 남성은 ‘가정적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지켜주고 싶다’ 등 성실하고 이성적인 기준에서 상대방을 고른다. 섹스하고 싶은 상대라는 기준은 애초 포함되지 않는다. 그 결과 남편은 아내에게 ‘어머니’를 요구하고, 포르노와 유흥업소에서 ‘여자’를 찾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 같다.”
한편, “일본의 끈끈한 모자(母子) 관계가 섹스리스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폴란드 출신 심리학자 다리우스 박사는 “흔히 부모와 자식이 한 방에 나란히 누워 자는 가정이 일본에 많다. 이것이 섹스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일본 가정은 아내가 출산해 어머니가 되면 모든 것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고, 어느 순간 남편은 소외되어 부부 관계도 멀어진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는 ‘부부의 정’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태어나도 함께 방에서 자는 것은 처음 몇 개월 동안이며, 최소한 침대를 따로 쓴다. 아이가 한 살이 되면 다른 방에서 재우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모자 관계가 각별해 ‘어리광’이라는 현상도 발생한다.
다리우스 박사는 “이렇게 어머니에게서 자란 남성은 커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을 때 ‘어머니’로서의 존재가 된 아내에게 더 이상 성욕을 품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잠재의식 속에 죄책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륜이나 유흥업소 등 밖에서 성욕을 발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그는 “끈끈한 모자 관계는 일본인 남성의 ‘교복 도착증’과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과잉간섭이나 지배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성은 어머니에 대해 잠재적으로 두려워하는 감정을 갖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독립된 성인여성보다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순수한 여성’의 상징인 교복을 입고 있는 여성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이나 언론의 영향도 교복 도착증에 무관하진 않다”고 다리우스 박사는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섹스리스 극복 방법 ‘문’ 열기 전 노크부터! 일본 주간지 <주프레뉴스>는 부부간의 섹스리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감각집중법’을 소개했다. 잡지는 “많은 남성들이 발기해 삽입하는 과정을 완수해야 섹스라고 생각하는데, 그 의무감이 오히려 섹스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선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성기 이외의 부분을 애무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한 예로 여성의 얼굴을 애무해보면 코가 성감대라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 몇 주는 생식기는 잊고 편안하게 스킨십을 즐기고, 이후 애무 범위를 가슴, 엉덩이, 성기로 확대해간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다보면 서로가 뭘 원하는지, 상대의 몰랐던 성감대 혹은 본인조차 몰랐던 자신의 성감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