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는 스포츠베팅산업을 대상으로 지문을 활용한 전자카드 전면 시행 결정을 앞두고 있다.
사감위가 추진하는 전자카드제는 스포츠베팅을 이용할 때 현재의 현금구매 방식 대신 일정 절차에 따라 발급 받은 전자카드에 현금을 충전해 베팅할 때마다 카드를 이용하게 하는 방식을 주요 골자로 한다.
문제는 전자카드는 중복발급 방지를 위해 발급 시 손가락을 인식하도록 해 사실상 지문날인과 같은 개인 생체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카드에 저장된 개인 정보가 도난·분실 및 기타 경로로 유출될 경우 과거 통신사나 카드회사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한 법률전문가는 “생체정보는 대체 불가능한 개인의 내밀한 고유정보라서 해킹 등에 의해 악용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고,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자카드제 시행은 곧 전자카드 이용강제이기 때문에 스포츠베팅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무조건 생체인식이라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야한다. 이는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감위 측은 이와 관련해 뚜렷한 대안 및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 사감위의 전자카드의 도입과 관련해 제기되는 비판 여론 중 하나는 전자카드 도입이 소액으로 건전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물론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도박 중독자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카드에 이용자의 구매금액, 횟수 등이 낱낱이 전자기록으로 남게 된다.
또한 사감위의 전자카드 도입이 불법도박 팽창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분 노출은 물론 개인적인 구매금액, 이용 횟수 등 사생활이 낱낱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을 우려한 합법 스포츠베팅 이용자들이 불법도박으로 이탈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스포츠베팅산업의 급격한 매출액 감소가 세수급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감위에 의하면 한국의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기준 100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8년 실태조사에서 밝힌 53조 7000억 원보다 5년 만에 무려 87%나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불법도박은 전부 탈세 대상이다. 반면 현행법상 로또·카지노 등 합법적인 스포츠베팅산업은 기타소득으로 인정돼 22~33%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불법도박 근절을 통한 양성화로 세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불법도박을 근절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법 스포츠베팅산업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지하 불법도박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순간에, 이를 감시해야할 사감위에서는 도리어 전자카드제를 통해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