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떠난 자리, 김세연이 꿰찼네~
국회의원 유가증권 보유액 상위 5명인 김세연·안철수·윤상현·홍철호·박덕흠 의원(왼쪽부터 순서대로). 임준선·이종현·최준필 기자
잠시 지난해 ‘랭킹’을 되짚어 보자. 당시 신고가격 기준 10억 원 이상의 유가증권을 보유한 의원은 모두 10명이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1조 9850억 원)과 안랩 창업주 안철수 의원(1460억 원), 동일고무벨트 대주주인 김세연 의원(774억 원), 경남기업 성완종 전 의원(157억 원)을 비롯해 윤상현(104억 원), 박덕흠(55억 원), 신경민(19억 원), 김태환(15억 원), 강석호(14억 원), 강기윤(10억 원) 의원 순이었다.
올해는 10억 원 이상 유가증권을 보유한 의원이 9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줄었다. 순위도 사뭇 달라졌다. 매년 1위를 지키고 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장 출마로 빠진 자리는 안철수 의원이 아닌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차지했다.
국회의원 전체 재산 1위이기도 한 김 의원은 지난해보다 무려 449억여 원이 증가한 1222억 3800만 원을 신고해 유가증권 부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DBR동일, 동일고무벨트로부터 주식배당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두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은 모두 처분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자신의 안랩 주식을 동그라미재단에 기부 등의 목적으로 매각하면서 2위를 기록했다. 줄어든 규모가 789억 원에 달해 전체 규모는 669억 7000만 원이었다.
3위는 ‘친박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난해보다 19억 원이 줄어든 85억여 원을 신고했다. 윤 의원 본인은 비상장주인 애니21, 보코테크 주식 2150만 원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배우자 명의다. 윤 의원의 부인은 롯데그룹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딸 신경아 씨다.
신 씨는 70여 종목에 달하는 다양한 상장·비상장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현대로템·현대모비스·현대미포조선 등 현대그룹 관련주를 전량 매각하고 SK텔레콤·SKC&C·SK케미칼 등 SK그룹 관련주를 새롭게 사들인 것이 특징이었다.
4위는 지난해 7월 김포시 보궐선거로 국회 입성한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차지했다. 동생과 함께 ‘굽네치킨’을 만든 창업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홍 의원은 닭 가공 전문업체 크레치코 26만 주를 비롯해 도합 33억 8000만 원을 신고했다. 크레치코의 연 매출이 1000억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5위와 6위는 각각 새누리당 박덕흠·김태환 의원으로 두 사람은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박 의원은 지난해 55억여 원에서 25억 원이 줄어든 30억 8000만여 원을 신고해 안철수 의원 다음으로 유가증권 규모가 줄어든 반면 김태환 의원은 지난해 15억여 원에서 일 년 새 두 배 가까운 29억 5700만 원을 신고해 김세연 의원 다음으로 유가증권 증액 규모가 늘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신한지주·NH농협증권·우리투자금융·KB금융 등 금융관련 주식을 사들인 것이 특징이었다.
7위는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신 의원의 유가증권 규모는 전년 대비 7900만 원이 증가한 19억 7300만 원이었는데, 처갓집인 우성사료 주가 상승과 차녀의 매수활동이 원인이었다.
8위는 자유선진당 출신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난해보다 4억 1000만 원이 늘어 13억 8000만여 원을 신고했다. 남편 명의의 주식이 4억여 원 불어났고, 빅솔론·인포바인·리노공업·아이디스·이씨에스 등 다양한 종목을 신규 매수했다.
9위인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와 같은 일진금속 주식 47만 주를 신고했고, 금액은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불명예(?)를 안은 종목은 LG화학이었다. 지난해 신고 당시 LG화학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의원은 모두 10명(우선주 포함)이었다. 이중 새누리당 김성태 김재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전정희 황주홍 의원 등 7명이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지난해 주식을 갖고 있던 의원 6명 모두 전량 매각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4월 대비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반토막 가까이 난 상태다.
삼성그룹 관련주도 금배지들의 매각 대상이었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는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식이지만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해 보유 의원 16명 가운데 6명이 전량 매각했고, 신규 매입한 의원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 2명에 그쳤다. 삼성SDI는 6명 중 4명, 삼성물산은 5명 중 3명, 삼성카드는 4명 중 3명이 전량 매각했다.
국회의원이 새롭게 주목한 주식은 단연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을 보유했다고 신고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아모레퍼시픽 2명, 아모레G는 3명이 자신의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회사 주식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서경배 회장이 재산부호 순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기도 했는데, 국회의원 역시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던 셈이다.
이밖에도 고려아연, 삼성SDS, SKC&C, LG유플러스, 현대차는 각각 4명 의원이 신규 매입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 역시 3명이 신규 매입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경우 배우자가 셀트리온 주식 1만 1000여 주를 사들이면서 새정치연합 내 유가증권 보유 순위가 안철수, 신경민 의원에 이어 3번째로 올라섰다.
올해 국회의원 유가증권 신고에서 주목할 점은 비상장주식의 실제 시장가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개장한 K-OTC(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에서 장외주식의 거래량평균주가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하는 것은 여전했지만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이상직 새정치연합 의원 등은 자신의 비상장주식을 K-OTC 거래량평균주가에 따라 새롭게 신고하는 솔선수범의 면모를 보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