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붙은 검·경에 야구계 벌벌 떤다
검경이 마카오 정킷방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오승환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연예계 전반으로 수사망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 내사를 받고 있는 선수 2명에 대한 팬들의 추측이 난무했으나 삼성 라이온즈 측은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결정된 사안이 없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도박 파문이 확산되자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0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도박 혐의자를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25일 삼성 라이온즈는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선수가 제외된 한국시리즈 출전 최종 엔트리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야구위원회도 야구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에 출전할 엔트리 확정 명단에서 세 선수의 이름을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팬들 사이에서 엔트리 명단 제외 대상인 3명의 선수 모두 경찰의 내사 대상으로 지목됐으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삼성 소속 선수 중 원정 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게 된 대상자는 현재 2명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왼쪽부터 윤성환, 오승환, 안지만, 임창용.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 심재철)도 경찰 내사를 받고 있는 2명의 선수가 아닌 또 다른 삼성라이온즈 현·전직 선수 2명에 대한 해외 원정 도박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정킷방 출입 명단에는 윤성환, 안지만 선수가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 대상 중 한 명은 삼성 라이온즈 현직 선수 임창용 선수로 알려졌다. 실제로 임창용 선수는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원정도박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후 팬들은 검찰 수사 대상인 삼성 라이온즈 전직 선수를 오승환 선수로 추정했다. 오승환 선수를 포함한 네 명의 선수가 평소 남다른 친분을 과시해온 이유에서다. 팬들의 예상대로 오승환 선수 역시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에 삼성 라이온즈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임창용 선수를 지난달 30일 방출시켰다. 경찰 수사 대상이지만 아직 소환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윤성환, 안지만 선수에 대해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오승환 선수는 지난 9일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며 “지난해 말 임창용과 함께 마카오에 가서 바카라 도박을 했고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 오승환, 임창용 선수가 출입한 정킷방의 운영업자는 광주송정리파의 조직원 이 아무개 씨이며, 임창용 선수의 고향 친구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임창용이 3억여 원의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으나, 임창용은 3억여 원이 아닌 4000여만 원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주목되는 건 검찰과 경찰의 경쟁 수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검찰보다 앞서 프로야구 선수의 원정 도박 혐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혐의자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경찰 수사는 광주충장OB파가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정킷방을 운영하며 불법 도박을 벌인 혐의에 집중되고 있다. 해당 호텔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은 곳으로 안지만, 윤성환 선수는 해당 호텔 정킷방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혐의가 확인돼야 선수도 소환하는 것”이라면서 “수사가 언제 끝날지는 아직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아직까지 혐의자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혐의자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검찰이 경찰보다 수사 진척이 앞설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임창용과 오승환의 소환 조사를 지난 9일 마무리 짓고 현재 형사 처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원정도박 브로커 문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를 체포한 데서 임창용과 오승환 등에 대한 해외원정 불법도박 수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5개월 동안 국내 폭력조직인 학동파, 영산포파, 광주송정리파, 영등포중앙파의 일원이자 정킷방 운영업자인 11명과 알선 브로커 3명 등을 도박장소 개설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킷방 운영업자 및 브로커의 휴대전화 도박 빚 독촉 메시지와 금융거래 내역에서 원정 도박을 벌인 기업인 12명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소환 조사를 마친 후 기소했다.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에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와 경기도 광주시 K 골프장 맹 아무개 소유주, 울산 해운업체 K 사의 문 아무개 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번 검경의 경쟁 수사로 프로야구에서 스포츠, 나아가 연예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검경 조사에서 밝혀진 정킷방 운영 폭력조직은 경찰이 파악한 광주충장OB파와 검찰이 파악한 광주송정리파, 범서방파 등 6개 조직에 불과하다. 경찰과 검찰이 경쟁적으로 관련 수사를 확대할 경우 추가적으로 현직 프로야구 선수의 해외 불법 도박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의 한 폭력조직 일원은 “국내 폭력조직 대다수가 동남아시아 일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킷방을 운영하고 있다”며 “야구선수들만이 아닌 스포츠인, 정치인, 연예인들도 상당수 정킷방을 드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수도권의 한 호텔에 차려진 정킷방에도 유명 방송인과 국가대표 출신 전직 스포츠 선수 등이 자주 도박을 하러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