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니고 함께 있던 지인은 맞다고?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연예인, 사회복무요원, 성추문…. 이 불쾌한 삼각관계가 언제쯤 도마 위에서 내려올까. 지난 6월 연예가는 물론 사회 전반을 강타했던 ‘박유천 사건’ 이후로 올해 들어 두 번째 사회복무요원 연예인의 성추문이 터졌다. 2014년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배우 이민기(31)가 클럽에서 만난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해당 사건은 지난 2월에 발생해 경찰 수사는 이미 종결됐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 여성이 “오해가 있었다”라며 이민기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던 점,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 송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미 끝난 사건이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검찰 수사가 남아있고, 이민기 역시 사건 관계자인 만큼 검찰 수사 종결까지 사건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사건 현장에서 이민기의 지인이 피해 여성을 강제 추행한 사건에서 이민기는 주요 참고인이기도 하다. <일요신문>이 경찰 관계자 등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 보고 검찰 수사 결과를 예측해 봤다.
지난 2월 29일 30대 여성 A 씨가 부산 해운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이민기와 그 지인 3명을 성폭행 및 집단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같은 달 27일 해운대구의 한 유명 클럽에서 즉석만남을 통해 이민기를 처음 만났다. 당시 이민기는 친구 1명, 선배 2명과 함께 클럽 내 룸을 빌려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의 룸에 합류한 A 씨는 이민기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또 다른 룸으로 이동해 신체를 만지는 등 유사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라진 이민기와 A 씨를 찾던 일행 셋이 그 룸 안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일행 B 씨(31)가 A 씨의 가슴을 움켜쥐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의 상황 전개는 ‘박유천 사건’ 때와 흡사하다. 사건 당일 A 씨는 이민기로부터 휴대전화 번호를 받게 되는데, 연락이 없자 이민기가 자신을 성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행위 이후 룸으로 들어온 B 씨가 자신을 추행한 것 역시 몹시 불쾌하기도 하고, 이를 이민기가 방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건 발생 이틀 만에 A 씨는 이민기와 지인 3명을 함께 성폭행 및 집단 추행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A 씨는 사건 당일 입었던 자신의 속옷 등을 증거로 제출하고, 경찰은 옷에서 묻은 DNA에 대해 이민기를 포함한 피고소인들의 DNA 대조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DNA는 이민기가 아닌 지인 B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A 씨는 돌연 진술을 번복해 고소를 취하하는데 이 역시 박유천 사건과 유사하다. 이민기와의 유사 성관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이 A 씨의 번복된 진술 내용이었다. 성범죄에서 친고죄 조항이 폐지됐기 때문에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는 계속 진행됐다. 다만 이민기에 대한 진술을 번복했던 A 씨가 자신을 추행한 B 씨에 대해서는 일관된 진술을 함으로써 결국 이민기는 성폭행 무혐의로, 증거물까지 갖춰진 B 씨는 강제 추행 혐의가 적용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됐다. 단지 같은 현장에 있었을 뿐인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어떠한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이민기가 아닌 지인을 가리키고 있고, 성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돼 고소 역시 취하됐다. 따라서 이민기가 ‘성폭행 혐의’라는 멍에는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의혹에서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 클럽의 룸 안에서 유사 성행위가 이뤄졌고, 이민기가 있는 자리에서 지인 B 씨의 성추행이 발생했다면 B 씨의 성추행을 이민기가 방조하거나 방임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를 맡은 해운대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이 의혹에 대해 “형법상 방조의 혐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주범이 범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민기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민기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A 씨를 B 씨가 추행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돕거나 방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죄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우거나 직접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뒀을 경우에 적용되는 방임죄 역시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애초에 이민기와 A 씨 간 스킨십이 이뤄지고 있을 때에는 이들 일행이 룸에 없었고, 일(?)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 수사에서 성폭행과 방조, 방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입증돼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어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이르면 이달 말에 사건을 마무리짓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민기는 2014년 8월 7일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다음달 3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이민기의 소속사인 고오드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래전 이미 성실히 조사를 마쳤고 경찰조사결과 혐의없음 처리됐으며 검찰쪽에서는 다른 기소자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오해와 억측으로 의미없는 피해가 이어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 박유천·이민기 앞으로의 수사는? “검찰 판단만 남았다” ‘연예인, 사회복무요원, 성추문’으로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는 한류스타 박유천과 배우 이민기가 검찰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유천은 경찰 조사 35일 만인 7월 15일 성폭행 혐의 대신 성매매 및 사기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민기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 지난 4월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검찰 수사를 통한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아 이들의 검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을 뜨겁게 달군 박유천 사건에서 성폭행 피해자로서 고소에까지 이른 여성들은 총 4명이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제성 입증이 어려워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 4건 모두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여성과 두 번째 여성에 대해서는 고소 내용이 일부 허위인 것으로 판단해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첫 번째 고소 여성과 남자친구, 사촌오빠 등은 박유천과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성폭행 피해 보상으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돼 공갈 혐의도 함께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은 아직 검찰에 송치되지 않았는데, 경찰은 이들 사이에 현금 1억 원이 오간 정황을 더 면밀하게 보강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이번에는 성매매 혐의가 걸렸다. 여기에 사기 혐의까지 더해진 상태다. 경찰은 박유천이 피해 여성 1명에 대해 성관계의 대가로 금품을 주겠다고 합의했다는 증거를 확보해 그에게 성매매와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 여성의 휴대전화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박유천과의 성관계 후 금품을 받기로 했다고 지인에게 이야기한 문자메시지를 발견, 성매매 혐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유천이 약속한 금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성매매와 함께 사기 혐의도 같이 적용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유천의 소속사 씨제스 측은 “성매매 혐의 역시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박유천은 성매매를 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성매매 혐의가 함께 적용된 피해 여성은 성매매가 인정될 경우 박유천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사실이 무고가 되기 때문에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 맞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이 박유천과 해당 여성 사이에서 이뤄진 성관계의 대가성과 강제성 등을 면밀히 수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