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 뭐길래…신작 개봉부터 여우주연상 선정까지 ‘고민된다 고민돼’
지난 1월 필자는 강릉에 사는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요즘 영화계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로 떠들썩하다는 소식을 전해준 바 있다. 지인 역시 문화계 인사인 터라 그런 소재의 대화가 오갔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오후 다시 강릉의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강릉에서 홍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영화를 찍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주혁과 이유영이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정상적인 홍보과정을 거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보컷.
당시 영화계에 떠돌던 소문은 대략 이렇다. 둘이 불륜 관계이며 홍 감독의 부인이 이에 크게 화가 나 있다는 것. 김민희는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됐으며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활동 중단을 선언한 김민희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김민희는 해외가 아닌 강원도 강릉에 있었으며 홍 감독과 함께였다. 단 둘이 밀회를 즐기는 것이 아닌 스태프를 대동하고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
당시 홍 감독이 신작 영화를 촬영 중이라는 사실이나 신작에 김민희가 출연 중이라는 내용 등은 영화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캐스팅 과정부터 그 내용을 알려 영화를 홍보하는 일반적인 관행과는 정반대로 몰래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바로 그 영화는 정재형까지 출연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탄 성격이라고 알려졌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다시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김민희는 출품작인 영화 <아가씨>를 들고 칸을 방문한 것이며 홍 감독은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하는 신작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당시에도 김민희는 <아가씨> 관련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동시에 홍 감독과도 동행했다. 바로 홍 감독의 신작에 특별 출연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홍 감독과 김민희는 이미 개봉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 세 작품을 연이어 촬영했다. 그리고 굳건해 보이던 배우와 감독의 케미는 오래지 않아 불륜이었다고 알려졌다. 양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으며 ‘침묵은 인정’이라는 속설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홍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촬영했으나 아직 개봉하지 않은 두 작품의 국내 개봉 여부다. 홍 감독의 신작은 한 편이 더 있다. 바로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다. 김민희가 아닌 배우 김주혁과 이유영이 출연한 이 영화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국내 배급을 맡았던 영화배급사 NEW가 올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었다. 현재 NEW는 이 영화가 올 하반기 개봉 라인업에 올라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아직 개봉 여부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민희와 함께한 나머지 두 편의 신작 영화는 배급라인에 포함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개봉 여부 등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게 NEW 측의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과 김민희가 호흡을 맞춘 두 신작 영화는 물론이고 김민희가 출연하지 않은 홍 감독의 신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까지 국내 개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의 경우 국내 배급사가 결정돼 있는 상황이라 개봉할 가능성이 높지만 홍 감독 불륜설로 인해 정상적인 홍보 과정을 거치긴 힘들어 보인다. 김주혁과 이유영 등 출연 배우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하반기 주요 영화제에 참석할지 여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보컷.
여파는 단순히 홍 감독과 김민희의 신작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하반기에 열릴 각종 영화제 역시 이들의 참석 여부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 등이 연이어 열릴 예정인데 홍 감독과 김민희는 모두 주요 초청 게스트에 포함된다. 게다가 박찬욱 감독 작품 <아가씨>는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영화상에서 주요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의 완성도와 배우의 연기력만 놓고 본다면 <아가씨>의 김민희는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영화상에서 모두 여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수상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김민희가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아가씨>의 김민희가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유력할지라도 영화 외적인 요소인 사생활을 감안해 수상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면 영화제 본연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제 입장에선 수상자의 참석 여부 역시 중요하다. 어느 정도는 대리 수상이 관행이지만 남녀 주연상 등 주요 부문 수상자의 대리 수상은 흔치 않다. 게다가 여우주연상은 영화제의 꽃이기도 하다.
홍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홍 감독은 해외 영화제에 자주 초청받을 만큼 그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불륜 스캔들로 인해 정작 국내 영화제들은 홍 감독을 초청하기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