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지분 매각 특명 부여’ 수군
대우건설 차기 사장 선출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창인 가운데 산은이 지분 매각을 위해 비대우맨을 선출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DB
2013년 7월 취임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이듬해인 2014년부터 4154억 원, 2015년 334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건설업의 심각한 불황 속에서도 일정 부분 ‘무난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현 경영진을 교체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당장의 실적보다 보유한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산은은 사모펀드(PEF) ‘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2억 1093만 주)를 갖고 있다. 산은은 이 펀드 만기(2017년 10월)가 도래하기 전까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산은은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사추위는 산은 고위 관계자와 대우건설 사외이사 등 5~6명으로 구성된 기구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주주인 산은의 뜻을 거스르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앞서 사추위는 지난달 중순까지 1차 사장 공모를 실시했다. 당시 사추위는 박 사장과 이훈복 대우건설 전무를 최종 후보로 추리고 프리젠테이션(PT) 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낙마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금융권 고위 인사가 내부 인사의 승진(혹은 유임)을 반려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추위의 결정이기에 우리가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소위 ‘대우맨’이 최고경영자가 돼 온 전통을 갖고 있다. 대우맨 가운데서도 금융권 혹은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가 조직의 수장을 맡아왔다. 사실상 오너가 ‘정부’인 까닭에 사장이 되려면 정권에 줄을 대야 한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2011년 연임에 성공한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친분’이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장 선출은 특정 정치인의 이해득실이 아닌 성공적인 지분 매각 및 구조조정 수행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그 ‘적임자’를 찾다 보니 비(非)대우 출신 후보들이 ‘산은 내정설’, ‘정치권 내정설’ 등에 휩싸인 형국이다.
먼저 최광철 SK건설 대표는 SK그룹과 연결 짓는 해석이 있다. 합병 시너지, 자금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대우건설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대기업이 SK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최 대표가 향후 지분 매각 과정에서 산은과 SK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한 능력, 정치권과의 스킨십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모습이다.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4선)은 2014년 6월~2016년 5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았다. 정무위는 산은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을 쥐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산은이 직접 내부 출신 인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일요신문DB
일각에선 산은이 직접 내부 출신 인사를 ‘파견’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조현익 동부CNI 재무담당 사장은 산은 출신이며, 대우건설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역임한 바 있다.
대우건설 안팎에선 이들 후보에게 산은이 먼저 ‘오퍼’를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산은 측은 “내정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사장’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조 한 간부는 “정피아·관피아가 아닌 능력 있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는 자신들만의 강력한 조직 문화가 있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갔을 때도 오너를 ‘이칠이’라고 부르는 등 경영자와 잘 융화되지 않았다”며 “만약 비대우 출신(혹은 금호 출신)을 내려 보내면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중 있는 후보로 거론된 원일우 전 금호산업 대표는 내부 호감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맨’이란 강점 이면에 가려진 ‘금호’라는 꼬리표는 부담이다. 또 금호아시아나와 결별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금융권 등의 ‘외곽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맨 가운데도 적임자를 고르기 쉽지 않은 셈이다.
산은과 대우건설의 각기 다른 입장은 ‘제3의 대안’으로 좁혀질 여지가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껏 언론에 나오지 않은 후보군 가운데 대우맨 출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은(정부)으로서는 회사 매각에 협조할 외부인을 원하겠지만 지금이 정권 말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건설이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낙하산 인사에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들쭉날쭉 회계 …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하지 말라’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영업손실을 고의로 축소하거나 부풀리는 것은 사실상의 분식회계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고의성이 없는 회계상 오류 및 사후 손실(혹은 이익)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미 금감원 회계 조사 때 소명된 것이고, 건설업은 분양이 돼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회계 처리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 대손충당 반영 등에 대해 금감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벌금을 물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2014년부터 주택사업 부문 호조에 힘입어 흑자 경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해외사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인프라 부문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535억 원, 전년 동기에는 189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플랜트 부문 역시 올 1분기 478억 원, 전년 동기 175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3년 전부터 수익성이 없는 해외 플랜트 수주는 지양하는 추세”라며 “다른 건설사도 마찬가지지만 이전에 저가 수주한 물량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에서 발견된 재무제표 오류, 해외사업 손실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문제가 됐던 것들이다. 때문에 대우건설 신임 경영진이 들어서면 이전 경영진을 겨냥해 감사 조치 등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현 경영진이 이전 경영진의 비위 행위들을 적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2013년부터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금감원 회계 조사까지 이어져 온 상황에서 그런 일(분식회계 등)을 벌이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느냐”라고 반박했다. 대우건설 다른 관계자 역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박 사장이 나름 현명하게 조직을 잘 경영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