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사이코` 포스터와 타로 15번 카드.
[일요신문=최정임 타로마스터] 뉴욕 월스트리트 중심가에 위치한 P&P의 CEO인 패트릭 베이트만은 27살의 젊고 멋진 몸매를 가진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는 남자이다. 항상 최고의 것들, 예를 들어 명품의 옷가지들, 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최고급 아파트에서의 거주하며 상류계급의 약혼녀도 있다.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좋은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료인 폴 알렌을 살해한다. 이후 그는 거리의 부랑자, 창녀, 모델, 과거의 연인까지도 무차별하게 죽이게 되는데.
타로의 15번 카드는 `더 데블(The Devil)`로 악마를 의미한다. 데블은 그리스 신화의 판(Pan)이라는 신으로 방종과 무절제의 신이다. 소위 악마라고 하면 사람의 마음을 홀려 불행의 길로 유혹하는 악령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타로에서의 의미는 다르다.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다만 자신의 본위대로 제멋대로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데블은 어두운 지하세계에서 불을 밝히고 사람들은 쇠사슬에 묶여있다. 그 쇠사슬은 언제든지 자신이 뺄 수 있으나 그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카드의 키워드 중 중독이라는 의미도 있다. 중독은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를 의미한다. 중독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빠져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것 또한 쇠사슬을 스스로 풀지 않는 상태와 같다.
갑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유명 인사들의 성적 스캔들이나 자신의 정치적 소견과 반대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어찌 보면 그들에게 가려져 있던 그림자(shadow)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것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파괴하는 때이다. 무의식의 몽롱한 상태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선택이 수년 동안 일해 온 것의 직전에 무너뜨린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패트릭과 같은 사례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최고이고 남보다 덜 가졌다는 것만으로 위축되는 사회. 어쩌면 이 사회의 패트릭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긴 것이 있기에 짧은 것이 존재하고 빛이 있기에 어둠이 존재하듯 자신이 가진 것이 항상 상대적인 것임을 그리고 변화할 수 있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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