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교수 | ||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무대를 누비는 그날은 언제 올 것인가? 새삼 분단의 아픔이 가슴을 저민다.
최근 북한 주민들의 탈출이 부쩍 늘고 있다. 굶주림과 압박을 못이겨 중국으로 도망을 쳐서 목숨을 걸고 다른 나라 대사관 담을 넘는 탈북자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어림잡아 1만 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기회만 엿보며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
문제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아예 죽음을 각오하고 배를 몰아 남하를 하는 용기 있는 탈북자들도 증가 추세다. 우리는 자유를 만끽하며 풍요 속에 즐거운 삶을 산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참혹한 생활을 한다.
심지어 굶주림 때문에 성장을 제대로 못해 어른 몸집이 남한의 어린이처럼 작은 사람들도 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그 삶을 바꿔 보겠다고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실로 같은 민족으로서 차마 그대로 볼 수가 없다. 남한과 북한은 5천 년을 함께 살아온 단일 민족이다. 그러던 민족이 갑자기 외세에 의해 허리가 끊겼다. 그리고 이념전쟁의 일선에서 6?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그리하여 1천만 명이 가족을 잃거나 이별을 하고 울부짖었다. 분단 50년, 아직도 우리는 총부리를 맞대고 서로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 소련 공산주의 붕괴 이후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지자 남북한의 통일도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이제 북한주민의 생활이 극도의 궁핍상태에 이르고 탈출이 늘자 통일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통일을 해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드나? 독일의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형태로 급속히 이루어졌다.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고 휴유증이 크다. 통일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침체가 심각하고 사회적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남북한은 이와는 다른 통일의 길을 걷고 있다.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며 점진적인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는 3단계로 통일을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선 1단계로 기업들의 대북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투자여건만 조성되고 이익만 나면 기업들은 몰려가게 되어 있다. 이는 우리 기 宕湧?중국진출이 활발한 것을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이 남한의 고도기술 및 자본과 결합될 경우 대대적인 대북투자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그러면 양측이 돈을 벌면서 통일을 시작할 수 있다. 2단계로 남한과 북한이 경제를 개방해서 유럽과 같은 통합체제로 가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안보와 전쟁 불안이 사라져 군사비 등 분단비용을 통일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면 남북한은 윈-윈 전략으로 통일의 경제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 3단계로 남북간에 장벽을 헐고 정치와 사회통합을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주민이동 등 불안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기관리 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은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민조세로 충당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비용으로 국민총생산의 1.3배나 되는 2조6천억마르크(약 1천4백조원)를 썼다.
그러나 남북한은 단계적 과정을 거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남북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룬 후 1백50만에 이른 남북병력을 산업현장에 투입하여 고도성장을 추진할 경우 영국과 맞먹는 세계 7위 이내의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통일 방안에 따르겠느냐 하는 것이다. 대북투자가 본격화된 상태에서 휴전선에서 교전을 일으키고 산업국유화라도 선언하면 우리의 투자는 북한의 체제만 연장시켜주는 최악의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 문화적 측면에서 상호이익이 되는 종합적 통일방안을 마련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통일비용에 대한 의식이다. 독일의 통일을 보고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통일을 꼭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냉소주의가 일부 사람들에 의해 일고 있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 민족이 분단의 고통을 제거하고 단일 국가가 되는 것은 물론 군사비, 인력 낭비 등 분단비용을 투자비용으로 전환하여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역사적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