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훈 언론인 | ||
음식점에 가면 같은 곰탕 한그릇에도 보통이 있고 특별이 있었다. ‘특’이래야 날계란 하나 정도 넣어주는 게 고작인데도 모두들 ‘특’으로 주문해야 체면이 서는 것으로 알았다. 하기야 신병훈련을 마치고 103보, 101보로 가는 육군 이등병들의 인사발령장에도 ‘특명(特命)’이라고 찍혀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찰청의 수사대도 그냥 수사대라고 해선 웬만한 사람들이 눈도 꿈쩍하지 않자 특수수사대라는 그야말로 특수한 수사대가 탄생했다.
그러다가 특수수사대라는 이름이 바깥에 알려지는 것이 께름직했던지 나중엔 그냥 수사대가 자리잡은 동네 이름을 따서 사직동팀이라고 붙이기도 했다.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서 사직동이라는 말만 듣고도 알아서 기었다.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 ‘남산’이라는 지명만 대도 찍소리 못하고 끌려가던 시절도 있었지 않았는가.
나는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2월 이 ‘일요칼럼’에서 ‘그 많은 식객을 어떡하나’라는 제목으로 대선 캠프마다 러시를 이룬 특보(特補)사태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외부의 명망가들을 대선 캠프의 책사(策士)나 참모로 모셔오자니 그냥 보좌관이라고 해선 선뜻 응하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대거 양산한 것이 특보, 즉 특별보좌관이었다. 대선 캠프에 따라선 이런 저런 특보만 수십 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선이 끝난 다음이다. 대선에 승리한 뒤 이들에게 나누어 줄 감투가 턱없이 모자라는 사태가 온 것이다. 대선 때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특보들은 특별보좌관이라는 직함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대선기간 동안 자신의 역할이 특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 정권이 출범하면 자신만은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새 정권의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새로 등용된 아무개보다는 내가 더 열심히 뛰었는데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청와대 참모진과 새 정부의 내각을 짜는데 인물을 추천할 기회도 얻지 못한 당쪽의 불만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대선기간 동안 정권재창출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막상 대선이 끝나자마자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재집권에는 성공했으면서도 집권당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 따른 소외감이 어떠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당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나 애정은 아직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대선기간중 상당수 의원들이 발목을 잡았거나 선거운동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당쪽 일부 세력에 대한 앙금을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당쪽 인사보다는 옛날부터 자신과 신산(辛酸)을 같이 해온 참모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신임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참모들에게도 배려할 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으로선 앞으로도 자신과 이른바 ‘코드가 맞는’ 그들로부터 더 많은 조언과 지혜를 구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줄 자리가 마땅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고육지책(苦肉之策)이 무보수 명예직 특별보좌관 임명이었다. 특보를 임명하면 비록 보수는 못 주더라도 청와대 출입증을 발급해서 대통령이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인태 정무수석비서관의 농반진반 얘기로는 대통령은 특보를 한 1백명쯤 두고 싶어한다고 했다. 바야흐로 특별보좌관 전성시대가 열릴 모양이다. 특보를 몇 명 두느냐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하는 일이지만 너무 많은 특보로 인해 자칫 참여정부라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