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여성의 월경이 시민의 기본권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것”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시권 기자)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289회 임시회에서 보류됐던 생리대 보편 지급 조례안의 상임위 상정을 환영하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권수정 시의원과 운동본부, 그리고 청소년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7년 언론을 통해 돈이 없는 여성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을 월경용품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과정에서 겪었어야 했던 여러 가지 감정과 경험들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이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선별적 지원제도로 인한 홍보 부족, 신청 절차의 번거로움, 선별적 복지로 인한 낙인 등의 이유로 신청률은 68.6%에 그친다. 여성가족부는 신청률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예상 신청률을 80%에서 75%로 하향 조정하고 예산안에서 2억 6000만 원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월경을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가지는 기본권이자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시혜적인 관점, 사업의 목표달성을 수치로 계산하는 행정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정책의 한계이다”라며 “그동안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숨겨져 왔고 그로 인해 나의 몸은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감춰야 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렇게 조신하고 얌전한 여학생이 될 것을 강요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달 겪어야만 하는 월경이 얼마나 당연한 일인지, 학교에서 죄책감 없이 생리대와 생리휴가를 요구할 수 있었다면,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 다른 나의 월경주기나 월경통에 대해 더 많은 동료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나의 월경이 존중받는 환경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며 “가난한 여성 청소년에 대한 시혜적 복지 차원에서 생리대를 지원해왔다. 여성 청소년들의 사연은 ‘가난한 소녀의 눈물’, ‘말할 수 없었던 고백’ 등 고개 숙인 소녀의 이미지로 각인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여성 청소년은 수동적이고 무력한 ‘소녀’로, 주체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이야기됐다. 여성 청소년들은 시혜적인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침해받아 부당함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동료 시민이자 당사자이다”라며 “서울시도 생리대는 누구나 지급받을 수 있는 공공재임을 인정하고 서울시 학교 보건실 시설 및 기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서울 관내 학교 보건실에 무료 생리대를 필수적으로 비치하도록 했지만 2019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학교 1351개교 중 무료 자판기를 운영하는 학교는 55개 학교 뿐이며, 약 10%에 달하는 104곳에서 유료 생리대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었고 학교 보건실에 생리대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 학교는 113곳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있었다. 필수적으로 비치해야 한다는 관련 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괴리감은 여전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았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청소년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이제 학교를 넘어, 서울시 전체의 청소년들에게 월경용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자”라며 학교밖 여성청소년들에게까지 생리대를 보편지급하는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로구의 사례를 언급하며 “구로구의 결정은 월경을 여성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스스로 월경용품을 구매할 경제적 활동의 제한이 있는 청소년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는 권리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조치하기 위한 의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시기의 문제이다. 서울시의회는 시민으로서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이번 회기에 관련 조례 개정안을 가결 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은 여성의 건강권, 학습권 더 나아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생리현상을 인권의 문제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문제로 인지하는 기존의 관점과 인식을 바꿀 첫 단추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깔창 생리대 관련 언론 보도가 있기 전까지 생리대를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매달 겪는 극심한 생리통은 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제라고만 생각했다.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며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가 제정된다면 많은 이들은 본인의 삶에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여성들의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국가 차원에서 정치가 해결해야 할 일임을 공론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로 월경이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시권 기자)
이에 대해 “‘빈곤’ 단어로 더 이상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라며 “청소년에게 낙인을 부여하는 선별적인 생리대 지원정책을 넘어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을 통해 월경권이 시민의 기본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는 정치의 역할을 다 하기를 바란다”고 조속한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월경이 임신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월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은 없다. 인간이라면 생명체라면 예외는 없다. 월경을 하는 청소년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리현상을 선택할 수도 없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서울시는 청소년에게 낙인을 부여하는 선별적인 생리대 지원정책을 넘어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을 통해 월경권이 시민의 기본권으로 자리 잡는데 꼭 필요한 사업을 시행할 만한 충분한 역량과 예산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의회와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회 11월 정례회에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다. 청소년과 여성들의 월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 하고 월경을 하는 몸을 존재로서 받아들이는 일에 정치적인 책임으로 답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회는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를 당장 개정하라 ▲시대의 요구이다.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실시하라 ▲서울시의회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청소년의 건강권, 학습권, 시민권이자 인권으로서의 월경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했다.
한편, 운동본부는 “포기하지 않고 여성의 월경이 시민의 기본권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이번 정례회에 조례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고, 이후 월경을 처음 경험하는 시민들은 물론 완경을 준비하는 시민들에게 월경과 월경을 하는 몸에 대해 알 권리로서의 인권의 실현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당사자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듣는 정치적 활동들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