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아들이 낸 산불에 대피하던 80대 노모는 숨져…경찰 “정확한 사건 경위 조사중”
이날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방화 혐의로 체포된 옥계면 남양리 마을 주민 A 씨(60)는 "수년 동안 주민들이 나를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방화를 시인했다. A 씨는 이날 새벽 1시께 주택 등 2곳에서 토치 등을 사용해 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 당시 A 씨에게서 헬멧과 토치, 손도끼, 부탄가스, 손전등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A 씨의 방화는 인근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 씨의 방화로 인해 야산으로까지 번진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날이 밝으면서 산림당국은 헬기와 인력을 투입해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불길은 인접 지역인 동해시까지 번져 주택가와 시가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코레일은 오늘 12시부터 동해와 강릉 구간 KTX와 무궁화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오후 1시 기준으로 소방당국은 옥계와 동해지역의 피해에 대해 주택 8채와 창고 1동이 불에 탔으며 산림피해는 250ha 이상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불길이 여전히 확산되고 있어 최종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A 씨의 방화로 인한 산불 대피 중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져 숨진 80대 여성은 A 씨의 어머니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노인은 보행 보조기를 끌고 주민들을 따라 경로당으로 피신하던 중 밭에서 넘어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6시께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평소 집과 관련한 금전적 갈등과 정신적인 문제 등을 앓아왔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