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뻘 신부와 찰떡궁합 비결은…
‘자기보다 한참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부부를 바라본 것도 잠시. 난 이들 부부와 친하게 지내면서 이런 삐딱한 시선이 그저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어떤 부부보다 알콩달콩 살고 있는 데다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참 예쁘게도 부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마냥 행복하고 좋았던 건 아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남자는 어린 신부의 행동 하나하나를 단속하고 통제했고, 이런 결혼 생활이 어린 신부에게는 감옥 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 친구를 만나는 것부터 장보는 것까지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던 것은 물론이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남자의 간섭과 잔소리에 여자는 처음에는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사업가인 남편의 불규칙한 생활 패턴에 하나부터 열까지 맞춰야 했던 여자는 매사가 스트레스였다. 언제 갑자기 “지금 집으로 가고 있으니 저녁 먹게 준비하고 있어”라는 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한참을 밖에서 놀아도 모자랄 20대 중반의 여자에게 40대 초반의 이런 남편의 집착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었다. 오죽하면 하루는 자고 있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냥 당신, 이렇게 죽어버려라”라고 생각했을까.
그럼에도 이들 부부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10년이 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사실 부부만의 몇 가지 비법이 있다(비법은 아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공은 여자에게 있다. 다시 말해 여자의 눈물겨운 희생정신이다. 여자가 참고 살기로 마음을 바꿨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예전에 끝나도 끝났을 결혼 생활일지 모른다).
우선 이들 부부의 섹스 라이프, 즉 속궁합은 내가 주변에서 들었던 부부 가운데 단연 최고다. 아직도 신혼 때만큼 활발하게 밤을 불태우고 있는 부부에게 지루함이나 권태기 따위는 남의 집 이야기다.
또 하나는 공통된 취미생활, 즉 운동이다. 부부는 거의 매일 스포츠센터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으며, 하루의 일과는 늘 스포츠센터에서 함께 마친다. 둘 모두 골프 실력이 수준급이 된지도 오래다. 이러니 식사할 때나 집에서도 늘 공통된 화제로 대화의 샘이 마를 일이 없다.
한 번은 내가 “너희 부부는 그렇게 매일 얼굴을 마주보는데도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아?”라고 묻자 여자는 “주로 운동 얘기를 한다”라고 대답했다. 운동을 마치면 간단하게 술 한잔 기울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 부부의 취미다.
이제 어느덧 남자의 나이는 50대를 넘었고, 여자는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런 둘을 보면서 나는 “참 나이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거듭하곤 한다. 부부에게 있어 나이보다 더 중요한 건 어찌 보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김태은 프리랜서